(ㅎㅇㅎㅇ^^ 도민이랑, 음악실의 유령 다녀옴.^ 사실 세카 만들때 아무런 영감도 없고 생각도 안들고... 근데 시간은 다가오고... 결과물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음. .. 좀 더 다듬을 수 있었을 텐데~ 싶네욤)
좋다는 표현은 빈약하기 짝이 없음...엔딩부분 진짜 미쳐버릴 것 같음 진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시발ㄹ 이런!!!!어떻게 이런!!!!! 아니ㅜㅜㅜㅜ아니 진심 울고싶은 정도로 너무 좋음 아니 진짜 목구멍으로 장기 다 튀어나올 것 같음 그 정도로 너무 좋아
참여해줘서 고맙다^- 민이랑 꼭 가고 싶었는데~ 안 간다고 몇 번을 팅겼냐고~~ 솔직히 내가 너무 권유 많이 해서 짜증날 법도 했다(ㅈㅅㅈㅅ^^ 그치만 내 마음, 알 거라 믿어~~^) 13시간 20분. 정말 수고 많았다. 시작 전부터 꽤나 귀찮아했던 거 잘 아는데 그럼에도 부탁 들어줘서 고맙구... 네가 정말정말정말 너무 가기 싫어하는 티 냈으면 걍 꼬리 말았으려나? 근데도 쓴소리 하나 안하고 거부해줘서, 결국엔 같이 해줘서 고마워^^ 고맙단 말 뿐이 할 말이 없네. 어렵게 따낸 만큼 네가 정말 만족하고 벅찰 만한 세션 만들고 싶어서 조금? 노력해봤엄^- 인장도 드럽게 안파는데 2개나 팠고? 귀찮음 무릅쓰고 핸드아웃 제작 몇 개 해봤고.. 상황연출에 몰입할 수 있게 적절해보이는 배경 몇 개 들고와서 씬마다 바꾸고^-- 브금도 민이 듣고 싶어한다는거, 실시간으로 다운받아서 업로드하고 튼 거야ㅋㅋ 이미 알려나? ㅋㅋ 아ㅏ~~이러니까 생색내는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인다면야...그냥 그렇게 봐줘 ㅋㅋ 엔딩분기점 가까워질 때마다 빈 공간에 네가 쓰는 말들 하나하나 전부 ~~그게 다 감상이고 즐기고 있단 소리니까 그래서 재밌었어. 힘만 들고 김빠진다던가 보람이 없어서 아쉬움이나 헛수고했단 생각 전혀 안들더라. 반대로 그렇게 엄청난 준비 한 것도 아닌데 그에 비해 과분한 감사를 받은 건 아닌가~
나만이 있는 앞에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81 (GM): 전에 쓴 채팅내용 다 지워짐 ?
81 (GM):F5 한번만 눌러보세요
은남아있음
오늘 4시까지 달리는거다
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싫은데요ㅡㅡ
ㅋ????
어떡하냐
KP: 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 민이때문에 힘들다.............ㅣ
KP: ㅎ아ㅏ.............................
ㅋ
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학고교복 일부러
큼큼
잘.잘하셔
ㅆ습니다
KP: 아무튼 학교이름 나올 일 없기때문에 상관 없는 걸로
KP: kpc와pc는 처음부터 아는...그니까 막 친한 사이는 아니라는 점
아니머라노
친하지는않지만
얼굴은아는사이아니면 머
이름정도는아는사이?
ㅇㅇㅇ
아~~~~~~~~~~~~~~~~~~~~~~~~~~~~~~~~~~~~~~~~~~~~~~~~~~~~~~~~
너무아는척해버릴것같다
KP: 으아ㅏㄱ~~~~~~~~~~~~~~~~~~~~~~~~~~~~~~~~~~~~~~~~~~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ㅡㅋㅁ큼ㅋ
씹인싸
ㄱㄴ
한마디만하겟습니다
K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지하여 눈치 채지 못했을 뿐 실은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던 그 날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를 것 하나 없던 오전이었음이라고.
'여름 냄새'로 취급되곤 하는 오존 냄새가 조금 짙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요.
코드를 꽂아두었던 유리 티포트의 주둥이에서 수증기 빠지는 소리가 납니다.
오전 댓바람부터 틀어두었던 뉴스의 주제가 전환된 것은 그 때였습니다.
혹은 이른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식탁에 앉은 채 TV속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한 달 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다루기 위해
금주중 신설 편성된 채널임을 알 수 있습니다.
편성된 채널의 인트로격인 멘트가 빠른 속로고 지나가고,
그러고보니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은데...
문득 TV의 볼륨을 낮춰두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주섬..주섬..)
(어커ㅔ굴리는거예요 예? )
(칙쇼ㅡ)
아침에 TV를 켜고난 뒤로부터 리모콘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어딘가 던졌거나 두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도민: (그럼.. 귀를 기울여서 잘 듣습니다.. )
(음~ )
그렇구나~
화면이 뒤바뀌며 블러처리된 대형 병원들의 외관이 연이어 흘러 나옵니다.
이번 전염병에 감염되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피부가 트는 등
사람에 따라 각종 면역력 결핍 증상을 보이지만,
(끼욧)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유행성 전염병의 병명이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을 떠올립니다.
증상이라 부를 것도 각기 다 다른 것이어서, 그나마 공통적인 증세라고는 고열을 앓게 된다는 점 말고는 밝혀지지 않았으니까요.
환자들은 해열제 섭취시 효과를 보였지만 일시적인 호전세를 보인 뒤 다시 펄펄 끓는 열병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항간에서는 유행성 독감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던데...
도민: 헤엥~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하면 아플 일 없는뎅
(아침밥 숟가락으로 ㅈㄴ떠먹음)
밥을 먹으며 문득 보이는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면...
오늘의 날씨는 아침 기온 26 ℃에 미세먼지 수치 11㎍/㎥이라는 기상캐스터의 목소리가 TV를 통해 흘러나옵니다.
시간당 강수량은 0mm로 오존지수가 다른 날보다 조금 높기는 하지만 아주 맑고 화창한 하루가 될 거예요.
적당히 밥을 먹었으면 학교에 갈 준비를 해볼까요?
도민: (아침인데도 26도면 오늘 엄청 더울 것 같네~ 물 챙겨 가야겠다.^^ )
( 다 먹은 접시를 싱크대에 집어넣고 현관 앞에 놔둔 가방을 챙겨 나갑니다. )
(오늘은 흰 색 스니커즈를 신 을 거 야 )
새하얀 시니커즈에 신발끈을 바로 묶고 거울을 확인하면
가슴팍에 간신히 달려 있는 교복 명찰에 눈이 갑니다.
곧 떨어질 것처럼 덜렁거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길을 가다 떨어트릴 바에야 집에 두고 가거나 주머니에 넣고 가는 것이 좋겠어요.
( 그냥 뜯어버려도 되냐고 물어보려고했는데
( 그냥 뜯어버립니다~ )
뜯고 어디다 둡니까?
(잃어버리면 큰일이니까~ )
민은 애처롭게 덜렁거리는 명찰을 뜯어 바지주머니에 넣습니다.
등교 준비를 마친 당신은 현관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섭니다.
도민: (열혈 고등학생이라면 역시 자신의 다리로. )
(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조금 빠른걸음으로 학교를 향합니다. )
민은 늘 다니던 길목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더불어 길가에서 잔잔한 풍의 피아노 협주곡이 들려옵니다.
( ? ? )
여기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혀 괜찮네요 )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며 잠시나마 붕 떠있던 기분이 노골적으로 가라앉습니다.
피아노를 그만둔 뒤로 건반에 더 손을 댄 적은 없어도
( 흥, 락 윌 네버 다이다.ㅡㅡ)
이미 한 번 음악에 대한 의지를 저버린 탓인지 청각과 마음이 전같지 않습니다.
방금 느꼈던 메스꺼움도 그만 둬버린 음악에 대한 내면의 적샘일까요.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시멘트 길의 인도를 따라,
같은 교복을 입을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등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자리 배치도 어제와 묘하게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민을 보고 선생님이 도끼눈을 뜹니다.
분필이 날아오기 전에 얼른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 것이 이롭습니다.
도민: ( 혼란스럽지만 잽싸게 빈 자리에 착석합니다. )
다시금 교탁으로 눈을 돌리면 출석체크 진행이 한창입니다.
아무래도 C반 아이들과 한데 섞여 있는 모양인데,
도민: (옆 자리 친구한테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봅니다. )
교실 들어올 때 현판도 안 봤어?
도민: 현판? 안 봤는데. 뭐라고 적혀 있었어?
반친구: 으휴... 하긴.. 아슬아슬하게 온 주제에 볼 시간이라도 됐겠냐
반친구: 오늘부터 C반 애들이랑 합반 수업한댔어.
그래서 아침부터 책걸상 옮기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누구처럼 늦게 올 걸~
도민: 그나저나 갑자기 합반? 되게 뜬금없넹 (굳이 라는 생각이 들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습니다^)
반친구: 요즘 애들 전부 열난다고 병결 장난 아니잖아~
유독 결석생 많은 반은 오늘부터 이렇게 묶어서 수업 할 건가봐.
아무리 끼리끼리 감염 안 되는 병이라지만 이시국에 학교를 나오라니...
(그거 아님)
너무하지 않냐 ?
그러게~ 학생도 사람인데~ 말이야^^? 최근 우리 반의 풍경을 회상하며) 우리 반은 그렇다치고 C반도 좀 많이 비었나 보네?
반친구: 그니까;;(담탱 눈치보며) 뭐..C반도 그러니까 합친 거겠지? 우리 담임도 감염되가지고 C반 호랑이가 통합 담임 맡는다잖아ㅡㅡ
친구는 성실히 대꾸해주면서도 아침부터 있었던 책상과의 씨름으로 무척 고단한 참인지 하품을 합니다.
쩍 벌어지는 입 너머로 피로함이 다 느껴질 정돕니다.
(핫ㅎ)
누군가 이 자리를 쭉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고개를 휙휙 돌려봐도 짚이는 구석이 없습니다.
다들 하품을 하고 있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민을 포함한 모든 학생의 출석체크가 종료되고 나면,
임시 통합 담일을 맡게 된 C반의 선생님이 교탁 위로 출석부를
선생님 : 아까도 말했지만 뒤늦게 등교해 듣지 못한 사람이 있을테니 다시 한 번 공지한다.
선생님 : 갑작스럽겠지만 오늘부터 결석생 수가 많은 반을 임의로 묶어
합반 수업을 진행 하게 되었다.
A반 C반은 미술, 음악중에 음악 과목을 선택한 반 이지?
비슷하게, 미술을 선택한 B반은 D반과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다.
A반 선생님이 유행성 질병으로 병가를 내게 되셔서, 오늘부터 내가 A반과 C반의 통합 임시 담임을 맡게 됐고.
참고로 우리 반은 지금부터 A-1반이다.
이상, 조례 끝.
성황리에 황당한 공지를 일단락한 임시 담임 선생님이 안내를 끝마친 직후 교실 앞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내비쳐지는 한편,
원래 알던 사이인지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이들도 눈에 띕니다.
바뀐 임시 시간표에 따르면 1교시는 수학이라고 하네요.
책상 사물함에 손을 넣어보면 민의 이름이 적힌 교과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럴리가 ㅎㅎ 책이나 꺼내자 ㅎ)
(수학 아주 좋아함)
1교시 수학 수업을 시작으로 활활 불타오르던 민은...
연이은 국어와 윤리 과목으로 점점 어깨에 힘이 빠집니다.
민은 쏜살같이 급식실로 내려가 제일 먼저 급식실 문을 통과합니다.
오늘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만이 식판을 채운 탓에 민은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게 됩니다.
도민: (거짓말 오늘 사실 수요일인 거 아냐 ? )
(그럴리가 ㅎㅎ 맛있다 )
[PM 12 : 40] 점심시간 종료 20분 전.
만족스럽게 점심을 해결하고 교실로 돌아와 바뀐 시간표를 재차 확인하면,
교실 칠판에 노란색 분필로 작성된 커다란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책상 사물함이든 교실 사물함이든, 어쨌든 교과서를 챙기기 위해 내부를 뒤적이면
도민: (우으~ 하필이면 배부르고 기분 좋을 때 음악일 게 뭐람.)
(아니, 매도 빨리 맞는 편이 낫지. 얼른 얼른 끝내버리고 오자~ )
(가고 싶지는 않지만 음악실을 향해 걸어갑니다.)
(가기 전에 책을 살핍니다.)
(뭔가 익숙치 않은 느낌에, 음악책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살핍니다. )
책 모서리에 적혀 있는 낯선 이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합반 수업을 위해 책걸상을 옮겼다더니
아무래도 그 소란스런 틈에 교과서가 뒤섞였나 봅니다.
명확한 정보라고는 교과서의 주인이 C반의 학생이라는 점 뿐이네요.
오늘부터 전체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으니, 이교과서의 주인도 5교시의 음악실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민: ( 그냥 칠판에 음악 책 세워두고 신유해 찾아가~ 라고 써놓을까 싶었지만, 어차피 같은 수업일테니까 갖다 줄까~ )
(내 책도 찾아야되고 ㅡ)
3학년 A반은 3층, 음악실을 5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엘리베이터 고장 문제로 여지껏 수리가 미뤄지고 있으니
하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도록 합시다.
수업 시작 종울림을 목전에 둔 시간인지라 복도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주욱 시원하게 뻗은 복도 창 너머로 초록이 우거지고 청음이 기승을 부립니다.
그 막연함을 가르고 어디선가 나지막한 악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 ? ?)
KP: ???을 극복이라 임의로 써뒀는데. 바꾸고 싶다면 언제든 다른 말로 바꿔도 좋습니다. 수치는 100 고정))
굴리는 건 어느때나 자유w)
끊길듯 가냘픈 소리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당연하게도 저 복도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소리는... 피아노가 연주되어 흘러나오는 소리임이 분명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라면 더더욱 잘 알테지요.
속이 메스껍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당신이 꽤 좋아하던 음악소리이이기 때문일까요?
마치 태엽을 감듯 부드럽고 유연한 악상이 여운처럼 귓전을 맴돕니다.
흡사 굳어버린 고목나무처럼 못 박힌 듯 서서,
꼭 본능처럼 되새겨지는 감상이랄 것이 남는 법입니다.
(아~)
이 학교에 이만큼이나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이 있었던가?
도민: (이 피아노 소리, 왜인지 모르게.. 기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이 노래 제목이 뭐지? 유명한 노래라면 내가 거의 다 알고 있을텐데..)
(그도 그럴게, 어릴 때 그렇게나 연습 했었는 걸)
(.. 그 때 생각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지만, 곡 이름은 궁금한데, 가서 물어볼까?)
(그러고보니 애초에 음악실 가는 길이었잖아 나.^^ )
(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갑니다 )
도민: ( 여기서 나는 소리가 맞는지 문에 귀를 대보곤, 확신에 찬 얼굴로 문을 벌켝 열어재낍니다. )
이 문 너머에 이 선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듭니다.
문을 엶과 동시에 점심을 해결하고 뒤늦게 몰려온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며
피아노 연주자의 정체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아이들의 무리에 섞인 모양인지 연주자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음악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습니다.
학생 A: 근데 누가 피아노 연주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이 학교 원래 음악실에 귀신 나온대.
너 귀신 같은 거 믿냐?
요즘 애들 없는 시간에 간간이
5층 음악실에서 피아노 연주 소리 난다는 거...
왜, 나 작년에 클래식 동아리에 아는 선배 있었잖아.
그 선배가 그러는데 축제 기간에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던 적이 있더래.
달밤에 피아노 소리가 나서 눈 딱 감고 음악실 문을 열어봤는데
학생 A: 아, 헛소리 그만하고 앉아. 벌건 대낮부터 웬 귀신 얘기.ㅋㅋ
마흔 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음악실을 서성이다 각자 자리를 찾아 착석합니다.
민 또한 적당히 빈 자리에 몸을 앉히고 선생님을 기다리다보면...
.)
도민: 잉? (어깨를 두드린 게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립니다)
눈을 가릴 정도로 긴 앞머리칼 뒤로 은은한 녹빛을 띄고 있는 학생이 보입니다.
눈이 마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붇습니다.
신유해: 혹시 옆자리 비어 있는 거면... 내가 앉아도 괜찮을까.?
도민: 어엉~ 앉아도 돼~ (의자를 빼 주며) 처음보는 얼굴인데, C반이야?
신유해: 응, ..도민, 맞지? ( 네 앞으로 책 한 권을 건넸다.)
꼼꼼히 살피지 않아도 그 책이 사라졌던 당신의 음악 교과서임을 눈치챌 수 있을 거예요.
도민: 앗, 내 책! (책을 받으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대?
아, 하긴 외자 이름이 많진 않으니까!
길고 가는 은색의 고리가 둘러진 펜 한 자루가 그의 손에서 반짝입니다.
꼭 처음 접해 생소한 이계의 보석처럼 느껴집니다.
신유해: 아, 네 이름... 음.. 꽤나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그야, 눈에 띄었는 걸. 외자 이름이기도 하고.
도민: 앗, 나 C반에서도 은근 인지도 있는 편인가~ ( 쑥스러운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고보니 나도 책 한 권을 주웠..다기보단 내 책상 서랍에 들어있었는데 말이야.
(너에게 보여주며) C반 사람인 것 같아서~
신유해: 아, (책 위에 적힌 제 이름을 보곤 화색하며)내...거네. 고마워.
도민: 아? 뭐야, 우리 서로 책 바뀐 거였어? (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되게 신기한 우연이다. 그치?
조금 더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순간 음악실의 출입구가 열리며 음악 선생님이 들어섭니다.
유해라는 이름을 가진 옆자리 친구는 어느새 정자세로 몸을 돌리고 책상 자리를 정돈하곤 칠판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미묘함을 남긴채 대화는 결국 흐지부지 종결되고 맙니다.
선생님 : 자, 오늘 78p 바로크 시대 작곡가 파트 진도 나갈 차례지?
내가 알기로 A반 C반 진도가 비슷했거든?
모두 책 펼지자.
유럽 문명사에서 지칭되는 바로크 시대란 보통 17세기를 가리킨다는 거,
17세기의 예술을 가리킨다고...
점심시간 종료 이후, 선생님이 음악실에 등판함과 동시에 수업이 시작됩니다.
점심 식사 직후인지라 어마어마한 식곤증이 밀려옵니다.
벌써부터 꾸벅꾸벅 조는 등 시동을 걸고 있는 아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78p를 펼치기 위해 교과서를 넘기던 민은...
60p쯤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작곡가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과거에 나름 오래간 피아노를 전공했던 자신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이름난 작곡가를 모를리 없는데...
(ㅋ?)
근력을 굴리시면 어떡해요)
ㅇ뇨정신력을굴렸는데여?
그럼맞게굴렸습니다
먼데 이거 모르겠다 ㅎ
옷,오 ㅋ
ㅋㅋㅋㅋㅋㅋ)
손 놓고 지내는 동안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린 건가?
도민: (공부를 안 해서, 아마 기억은 나지 않겠지만 교과서라도 열심히 읽어봅니다)
KP: 내용 확인 후 관찰/자료조사 판정 해주쉐이~
둘 중 하나만.)
도민: (음~ 처음듣는 이야기네. 뭐, 악보가 없는 곡이라면 모르는 것도 당연~^^)
( !)
박스 하단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메모를 추가로 발견합니다.
KP: 실제로 <겨울이 흘린 눈물>의 원본을 보았다는 예술가의 증언에 따르면
악보 <겨울이 흘린 눈물>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특이한 인장 이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형태가 무척 조악했으며 세월에 바래 누렇게 떠있었다고요.
달리 흥미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아마 작곡가 A의 자필 사인이었을 겁니다.
-
(!!_
...
마침 몇년 전 작곡가이자 파아니스트였던 A에 대한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인물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인 악보였다는 뜬소문이 내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느니 잊이 않고 기억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런게 그게 도둑을 맞았었나봅니다.
심지어 나머지 한 곡은 분실 되었고요.
어쨌든 도둑 엔딩이라니 별 대단한 내용도 아닙니다.
악보 원본이 공개된 것도 아닌 모양인데 별 게 다 교과서에 실리는군요.
그 두곡을 제외하곤 여지껏 악보랄게 발견되지도 않았던 무명 작곡가가
어떻게 교과서까지 신출귀몰 했는지 의문입니다.
도민: ( 턱을 괸 상태로 교과서를 읽고 있자니, 옛날에 읽었던 기사가 문득 생각이 나 코웃음을 친다. 연이어 작은 목소리로) 사실은 악보라던가, 처음부터 없었던 거 아니야?
문외한도 단순에 사로잡는 매혹적인 악보, 라니 믿기지도 않네 ( 조금 쓴 웃음을 짓는다)
(턱을 괸 채로 유해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신유해: ...(가만 앉아서 네가 하는 말에 귀기울여, 따라 60p를 바라보다가 느껴지는 시선 쪽을 힐끔거렸다)
음악...별로 좋아하지 않나보네.(살짝 끝을 올린 듯 안 올린 듯한 말투였다)
도민: (나도 모르게 그만, 들릴 줄은 몰랐네) 으응~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냐. 그래도 미술보다는 이 쪽이 더 편하니까~ 앉아서 수업만 들어도 되고.
그러고보니 너는.. 음악이 좋아서 이 수업을 선택한 거야? 아니면 나랑 비슷하려나~ ( 멋 적은 웃음을 짓는다 )
신유해: 그래...(그렇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 연주하는 모습, 보기 좋아해서.
하기야.. 이 수업.. 직접 연주하는 수업은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 (음악실 변두리에 놓인 몇 대 안되는 악기들을 보았다.)
단순히 싫은 거야?(연주하는 게, 아니면 듣는 게, 아니면 그 자체가 싫은 걸까..)
도민: 음~(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데 말이야~ 뭔가, 옛날 생각이 나서 조금 거북하네.) 조금은 알 것 같기도. 나도 예전에는 좋아했는데, 말이야~ 글쎄.. 적어도 지금은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듣는 것도, 연주하는 것도~
신유해: 응.. 그렇구나. (자연스레 시선을 내리곤 고갤 돌렸다.)다시.. 좋아한다 느꼈으면 좋겠네.
말랑한 목덜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에 시선이 갔다가도 쉬이 흩어집니다.
바깥에서는 매미가 울고 풀벌레가 나무를 깁니다.
방충망에 달라붙어 있던 나비 하나가 창틀을 타고 오르다 이내 나뭇잎 너머로 자취를 감춥니다.
세상은 염증이 날만큼 물러 터졌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착실히 흐릅니다.
책가방을 싸고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며 종례를 맞이하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이 갑작스레 민의 이름을 호명합니다.
각자 떠들던 아이들의 시선이 당신의 자리에 고였다가도 빠르게 흩어집니다.
듣자하니 임시 출석부가 음악실에 있는 것 같다며, A, C, 두 반 모두 반장이 결석해
없는 고로 민이 음악실에서 출석부를 들고 교무실에 가져다둔 뒤에 하교하라는 심부름이 떨어지네요.
도민: ( 왜 하필 저한테~ㅎ) 넹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반문하고 싶지만 선생님은 민의 책상 위에 음악실 열쇠를 내려두고
종례 선언을 끝마친 뒤 만족스런 표정을 한 채 교무실로 사라집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려면 음악실에 들렀다 돌아가야겠네요.
도민: 진심~ 귀찮아~(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갑니다. )
음악실의 방음 문이 좁은 틈을 벌리고 열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로 오루 다섯 시의 비산하는 빛줄기가 묘연히 바닥을 적시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음악실을 사용했던 다른 반의 주번이 잠그는 일을 깜빡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작달만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익히 들어왔기에 잘 알 수 밖에 없는 곡입니다.
누구인지 모를 연주자의 손끝에 의거하여 피아노 독주가 막 시작되는 찰나입니다.
(ㅋㅋㅋㅋ)
이 시간 즈음 계단에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문득 음악 시간 시작 전에 문 너머로부터 새어나오던 피아노 소리를 떠올립니다.
늘 환청같은 피아노 곡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내려가던 기분이 좋았는지 싫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연주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방과후에 마음대로 음악실을 사용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할테고요.
도민: ( 문을 열어재끼며 ) 저기, 곧 문 잠궈야 하는데 계속 있을거야?
문을 가르고 접어든 공간의 꼭 닫혀있던 커튼이 말갛게 걷힌 가운데,
잠시 눈 앞이 하얗게 정전하는 까닭에 눈을 찌푸렸을지도 모릅니다.
산발하는 태양 빛은 이따금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구석이 있습니다.
눈부신 빛에 적응한 시야 너머로 들어오는 것은 예의 그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
투명한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해 고아한 빛을 뿜는 악기 너머 건반을 다루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오늘 음악 시간에 함께 수업을 듣던 C반의 신유해입니다.
청명한 수풀을 푸르른 가운데 녹색으로 물든 빛이 등 뒤를 적시고 있습니다.
자신이 그만 두어버린 피아노를 정성껏 연주하는 신유해를 바라보는 도민의 심정은 어떤가요?
대조되어진 불투명한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민: ( 문 밖에서 피아노 소리를 들을 때 까지만 해도, 얼른 내쫓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
메스껍나요? 역겹나요? 그도 아니라면 쓰라린가요? 어떤 심정일지는, 도민 자신 뿐만이 알 테지요.
도민: ( 피아노 소리는 여전히 싫지만, 유해가 좋아한다던 그 모습이 뭔지는 조금 알 것 같은 기분.. ) 유해, 거기서 뭐 해! 애들 다 집에 갔는데~
나도 출석부만 챙기고 바로 갈건데, 혹시 계속 있을거면 키 줄까?
(선생님 미안^^~)
곡이 완주되자, 손가락을 건반에서 떨어뜨리며 옆에 세워두었던 녹음기의 정시 버튼을 누른 뒤 주머니에 집어넣고 그제야 반응을 합니다.
신유해: ..여긴 어쩐 일이야? (네 손 쪽을 흘끔 보고는) 출석부.?
(To GM)rolling 10+1d20
= 18
도민: 아~ 누구누구씨가 안 챙겨 갔나보더라고~ 나는 어쩌다보니 심부름 당첨돼서 찾으러 온 거고
( 의아한 듯이 너를 쳐다보며 ) 근데 너는 어떻게 들어온거.. 아니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며칠 뒤에 피아노 콩쿨이 있어서, 연습..중이야. 종례하고 바로..?(갸웃..)
도민: 아, 그렇구나~(음악실은 어떻게 잠그고 갈 생각이었던 걸까,) 뭐, 그럼 열쇠는 가지고 있어?
...응.
도민: 으응~ 열심히 하네~ ( 출석부를 챙기며 ) 근데 보통은 학원이나, 그런 데에서 연습하지 않아?
신유해: 학원.. 오늘은 안가는 날이야.(고갤 돌렸다)
...근데 너, 피아노 치지? (천천히 네 쪽을 바라보았다.)
도민: ( 너의 말에 조금은 당황한 듯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으음~ 딱히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야
별로 재능없고~ 어릴 때 잠깐 한 거, 그정도려나?
신유해: ...재능이라. (비스듬히 앉아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냥.. 네 이름을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거든. 그래서 물어봤어.
민이 넌... 재능이 없어서 그만 둔 거야?
도민: (그걸 물어본다고?) 으응~ 뭐, 보이는대로?
글쎄~ 재능이 없기도 했고, 사실 그거랑은 별개로 그냥 나 혼자 나가떨어진거지. (쓴 웃음을 짓는다)
너도 하고있으니까 알잖아. 자기 자신의 한계와 마주했을 때 기분이 어떤지
신유해: ..그치, 한계에 달했을 때.. (말끝을 흐렸다.)
혹시나 신경을 건드리는 질문을 해서 화나진 않았을까, 했는데.. 말해줘서 고맙네. 지금은...(아무렇지 않아? 라 묻고 싶었지만 더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연주하는 모습... 보고싶은데. 쳐주지 않겠지.(네 쪽을 바라보며 살풋 미소지었다.)
내일 조례 전 아침에 음악실로 와주지 않을래?
도민: 으응? 뭐~ 못 칠 것도 아니긴 한데, 나 기억나는 곡 거의 없으니까. (해맑게 웃어보이며)
(아침이라는 얘기를 듣고 잠깐 움찔한다.) 아침, 이면 으응~ 못 올지도. 노력은 해 볼게! 기다리진 말구~
도민: 너도 은근 제 멋대로인 구석이 있는 친구구나
마음에 들었어~^
내일 아침에 보자!
신유해: (갸웃)..그래, 민아. (살짝 웃음을 지었다.)
출석부를 챙기고 복도를 나와 민은 유해와 갈라졌습니다.
오늘따라 혼자 맞이한 하굣길이 어딘가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오전 7시에 음악실에서 만나자는 약속에 따라 제법 이른 시간 등교하게 됩니다.
나뭇잎 사이를 걸러 들어온 햇빛이 묘하게 어슴푸레하게 느껴지는 오전,
공기는 제법 서늘하고 묶어 놓지 않은 커튼을 바람이 나부낍니다.
암막 커튼과 그 위에 이중으로 쳐놓은 쉬폰 커튼이 펄럭일 때마다 텅 빈 사각형의 교실 위로 유령의 몸짓같은 그림자가 일렁이길 반복합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책가방을 내려놓고 교실을 둘러보면...
유일하게 책가방이 올라와 있는 책상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도민: (유해, 벌써 와 있는건가? 꽤 부지런하잖아~)
유해가 먼저 도착한 걸까요? 다가가보면 책가방이 올라와 있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책걸상 모서리에 임시 시간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는 반과 번호를 묶어놓은 학번과 자리 주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군요.
이름을 확인하면 '신유해' 라 적힌 세 글자가 또렷히 적혀 있습니다.
도민: (책가방에 눈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절대 그런 도벽이랄까 있는거 아니니까^^ 눈이 가는 거니까)
책가방을 내려 놓은 직후 이곳에서 무언가를 꺼내 갔는지 가방 지퍼가 살짝 열려 있습니다.
가볍게 살피기만 하면 눈에 띄는 것들은 죄 평범합니다.
그 밖엔 학교에서 나눠준 가정통신물 정도인 것 같습니다.
도민: 그러고보니 콩쿨 나간다고 했지, (눈으로 악보를 살펴보며) 이번에 연주할 건가?
(아니ㅡ)
KP: 근데 45 주제에...성공이 잘 뜨네?)
표지가 누렇게 떠있는 악보집 하나를 발견합니다.
다른 악보집들은 거진 새로 구매한듯 기스 하나 없는 클리어화일에 분철되어있는 반면
저 혼자서 세월의 흐름을 증언하듯 표지 색이 바래있습니다.
음표가 수놓인 모양을 미루어 생초면의 작품입니다.
아울러 1p 상단에 뉴스 헤드라인처럼 자필로 작성되어 있는 곡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나
교육 어려운 성공
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
도민: (?.. 음~ 처음 보는 곡. 여름의 유령이라.. 작명센스는 좀 없는 듯 해 보이네^^)
(문득 음악실 귀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
단언할 수 없으나 이 장면은 분명 언젠가 본 적이 있습니다.
불쾌하다기보다는, 지금 이 장소에 잇어서는 안 될 것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
(ㅋㅋㅋㅋ)
교실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7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립니다.
시계를 확인하면 시침과 분침은 7을 가리키고 있고
약속을 어길 것이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음악실로 올라가는 편이 낫겠습니다.
도민: (으응~ 두 칸 씩 올라가면 빨리 갈 수 있, 있어^^)
(음악실로 헐레벌떡 달려갑니다)
마치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것처럼 음악실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귀를 기울여보지만 오늘은 이 너머에서 달리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는군요.
열려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음악실로 들어서면 어제와 같이 환하고 눈부신 여름의 햇살이 도민의 전신을 덮칩니다.
이름난 과거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방음벽 어귀에 붙어 있고,
교탁 너머의 칠판에는 분필 가루가 얕게 묻어나긴 했으나 그 나름대로 깨끗하고 푸르기만 합니다.
오래된 악기만이 머금은 특유의 냄새는 익숙한 종류여서,
늘 이 냄새를 기억하고 있던 심장만이 조용히 두방망이질 칩니다.
창틀 너머로 풀잎의 싱그럽고도 비릿한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콧잔등을 건드리면 그제야 정신이 드는 것입니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음악실 가운데 그랜드 피아노 앞에는
유해는 뚜껑이 닫힌 피아노에 팔꿈치를 기댄 채 이마나 눈가를 짚고 있습니다.
당신이 들어온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어딘가 몸이 좋지 않은듯 안색이 창백하네요.
비단 오전의 하얀 백색광선 탓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듭니다.
도민: (유해의 등을 손가락으로 툭툭 하고 친 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 저기, 어디 안 좋아?
신유해: ..아, 왔어? (굽혔던 몸을 바로 세우고 네 쪽을 바라보며) 약속대로 맞춰서 와줬네.
도민: (뜨끔. 조금 늦었지만.) 어, 엉 오기로 했으니까~ 근데, 음악실로 오라고 한 건 콩쿨 때문이야?
신유해: 응, ...기억하고 있구나.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래서 말인데.. 어떤 게 맘에 드나 봐줄래? (주섬주섬 옆에 뒀던 악보를 집어들며)
도민: (예상했다는 듯 살짝 손사레를 치며) 저기, 어제도 말했다시피 나 피아노에 대해서 잘 아는 편도 아니고, 연주를 잘 하는 편도 아니라 이런 건 조금~
그치만! 사실 너에 대해서 궁금한 게 생겨서 그런데, 대답만 잘 해주면 도와줄 수도 있고~
싫으면 말고! ( 어떻게 되도 좋다는 것 마냥 싱글벙글 웃는다.)
신유해: (악보를 보여주려던 손짓을 멈칫,하고는) ...딱히 네가 피아노를 잘 알아서, 연주를 잘 하거나 못하거나를 염두해 둔 건 아냐. (그건 딱히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까.)
뭐가.. 궁금한데? 나도 궁금하다. (고갤 살랑 흔들고는 말해달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제 음악실에서 피아노 연주하고 있던 거, 너야?
도민: (그럴 것 같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으응, 뭔가~ 너처럼 잘 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너일 것 같았어.
곡 제목이 뭔지 물어봐도 돼?
신유해: 잘 친다니까.. 부끄럽네. (고갤 돌렸다)
곡 제목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알아?
도민: 아, 알지~ 어릴 때 쳤던 곡이니까. 응응~ 무슨 곡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계속 궁금했었어~
뭔가 유해는 강약조절을 잘 해서 그런가? 같은 곡이라도 다른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는 게 내 생각!
그럼 두 번째 질문!
이건 으응~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우연히 네 가방에 있는 악보를 봤거든.
으응~ 여름의 유령이라는 곡. 네가 만든 곡이야? 기회가 된다면 듣고 싶은데~
신유해: ...잘 모르겠는데.? 내 가방..에서 봤다고?
도민: 으응? 분명히, 교실에 나랑 네 가방 밖에는 없었고~ 확실히 봤는걸. 처음 보는 악보
도민: 으응~? ( 눈을 가늘게 뜨고 너를 쳐다본다) 아는 거 완전 티나지만, 대답하기 싫은 것 같으니까 일단은 넘어가줄게! 대신 나중에 꼭 연주해줘, 여름의 유령.
신유해: (입꼬리를 피식, 말아올렸을까)..네가 피아노 칠 마음이 들게 된다면... 알려줄게.
도민: ( 작게 웃어보이며 ) 글쎄~ 그럼 한 80살 까지 친구해주나?
그럼 마지막 질문!
말했듯이 나, 피아노랑은 완전 연 끊었거든~ 근데 왜 하필 내가 봐줬으면 하는 거야?
신유해: (마지막 질문에 표정이 금세 가라앉았다)...
...너였으면..(입을 벙긋거리다가) ..비밀이야.
..이걸로 답은 다 된 걸까?(다시 싱긋 웃었다) 된 거라면... 좋겠는데.
도민: (너를 지긋이 쳐다보며) 마지막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 들은 것 같은데~?
뭐, 말하기 곤란하면 됐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는 진 모르겠지만, 어릴 때 조금 잘 쳤던 건 사실이니까~
(어쩐지 조금 어깨가 올라간 듯^^ 으쓱 )
신유해: ..그럼, 내가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라 해둘까.
맞아, 네가 피아노 치는 모습.. 나도 보고싶네. 80살까지는... 무리겠지만.
일말의 소음과 함께 간이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악보집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져 섞입니다.
제대로 보고 살피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책상을 건들인 것 같습니다.
책상 위에 쌓여 있던 내용물이 바닥에 쏟아지며 유해는 흩어진 악보집들을 주섬주섬 줍기 시작합니다.
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진 내용물들을 살피니 유해가 보여준 악보를 제외하고 나서도 그 수가 꽤 많았네요.
훑어보면 유해의 이름이 적혀있는 책도 눈에 들어오지만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포장조차 뜯지 않은 악보집도 더러 보입니다.
(에바잖아)
그 틈에 거꾸로 뒤집혀 있던 낡은 악보집 한 권을 유해가 얼른 주워 정리합니다.
뒤집혀 있던 탓에 곡명을 읽지는 못했지만...
아주 찰나였지만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도민: (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 방금 그 악보, 한 번 볼 수 있을까?
도민: 내가 방금 주웠던 이상한 인장이 그려져있던 악보!
도민: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왜 안돼? 나한테 보여주면 안 되는 거야?
신유해: 내가..연주할 수 없는 곡이기도 하고, 연주해서도 안 되는 곡이니까.
도민: (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아무말도 않다가 돌연,) .. 그럼 내가 연주하는 건?
신유해: ...그것도. 그냥... 엘리제를 위하여와 엮인 괴담같은, 그런 거니까. 이 곡은 신경쓰지 않아도 돼.
도민: 으응~?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데.. 안 된다는 거지? 아쉽네..~
이번에는 반대로 '언젠가 시작했던 피아노'에 대해 떠올립니다.
새로운 시도에 기뻤거나, 벅찼거나, 혹은 자신만만했을 지도 모를 과거입니다.
세상에 용기만큼이나 덧없는 기개가 또 있을까요.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습니다.
유해에게 흩어진 악보를 모아 전달해주고 악보 정리가 끝나자,
악보집을 집어넣기 전, 민과 함께 다시 한 번 악보를 골라달라 청합니다.
신유해: ...악보, 안 골라줄래? 네가 마음에 들어하는 곡.. 궁금한데.
도민: 으응~ 그럼 moon river 연주해줄래?
어릴 때, 자주 연주하던 곡이니까.
네가 어떤 식으로 연주해 줄 지 궁금하네 ( 옅게 미소짓는다 )
신유해: ..그래, 네가 골라준 곡이라 열심히 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은지 입으로 호를 그렸다.)
악보 선정을 끝마치고, 유해는 악보들을 정리해 피아노 의자 아래 수납공간에 집어넣습니다.
이어 연주를 하기 전, 녹음기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르고는 가벼이 숨을 내쉽니다.
어떤가요? 민, 당신이 골라준 곡을 유해는 건반을 가로질러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내는 소리가, 어떻게 마음에 닿을지는 신유해는 모르겠죠.
도민: (어린 시절 본인의 연주에 자부심이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유해의 연주도 마음에 듭니다.)
(^^)
마음에 들어했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그저 당신이 들어주는 것에 기분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한참 좋아하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던 지난 날을 상기해냅니다.
어떤 작은 오류도 실수도 없이 연주를 끝마쳤던 순간에 꽤 기뻐했던 것도 같은데...
다만 당신에게도 분명 무던히 노력하던 나날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요.
신유해: ...괜찮았을까.(나름에 부끄러운지, 시선을 한곳에 머물지 못했다.)
KP: (To GM)rolling 10+1d20
= 16
도민: (자신이 어릴 적, 피아노를 좋아했던 시절이 떠올라 조금은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 응, 역시.., 유해는 곡의 감정선을 잘 살리는 것 같아. 우리학교에 이 만큼 실력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신유해: (네 미소를 어렴풋이 알아본 걸까. 하지만 예상이 가기에 선뜻 말을 건넬 수 없었다.) 감정선이라.. 좋게 들어줘서 고마워.
네가 보고 있다 생각해서.. 평소보다 많이 떨렸는데. (네가 봐줘서 더 잘 쳤던 것 같은데, 민아.)
도민: 아~? 그렇게 긴장 할 필요 없는데! 근데 그런 것 치고는 되게 완벽한 연주였다고 생각해~ 난! ( 좋게 들어준 게 아니라, 좋게 들렸어. 질투 날 정도로)
신유해: (내쉰 숨에 열이 섞였다.) ..완벽? 그래, 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그런 거겠지. (나보단, 네가 더 잘 칠 텐데.) 네 앞에서 실수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네 앞에서 싱긋, 웃었다.)
도민: ( 나를 향해 웃어주는 너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문득 숨 쉬는 것이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처음 만났을 때도 조금 아파보였고, 감기라도 걸린 걸까.) 저기, 정말로 어디 불편한 데 없어? 지금쯤이면 보건선생님도 출근 하셨을테니까.. 같이 갈래? (너에게 손을 내민다)
신유해: ...많이 아파보여..?(네 손을 보며 두어번 머릿속으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 미열이라기엔 조금 더 뜨겁고 펄펄 끓는다기엔 미묘한 열기가 네 손을 타고 전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도민: 으응~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는데, 너무 호들갑인가. 나! ( 조금 머쓱한 듯 볼을 긁적인다.) 그래도 요즘 기승하는 그거 있잖아. 그 병. 혹시 모르는 거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 ( 자신의 손에 살며시 감기는 체온에 이질감을 느낀다. )
신유해: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챙겨줘서 고마워. 라 덧붙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갈까? 보건실 들렀다 가려면 지금 가보는 게 좋겠지.
음악실을 나가기 전 유해는 활짝 열린 커튼을 친 뒤, 바깥으로 나가며 이런 말을 합니다.
신유해: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거지만, .. 해가 지고 나서 여기에 들어오면 안 돼.
도민: 으응, 뭐~ 들어올 일도 없지만,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왜?
신유해: 음악실에 귀신이 나오거든. 마주치면 큰 일 날지도 몰라. (웃음기가 있는 얼굴은 아니었다.)
(씌엣)
닫히는 문틈 사이로 시선이 날아든 것은 잠깐이었습니다.
암막커튼 바깥으로 빛이 차단되어 삽시간에 어두운 칠흑이 내려앉은 음악실이 유독 기이하게 빛났던 것도 같습니다.
민과 유해는 빈손으로, 아니, 유해의 손에는 녹음기만 하나 들린 채로 둘은 5층에서 내려옵니다.
교실로 바로 가지 않고 나란히 보건실로 향하면,
보건 선생님은 '요즘 이유를 알 수 없는 유행성 독감이 유행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멘트를 날리며 유해에게는 해열제 한 알을 처방해줍니다.
신유해: (해열제를 받아들고는 감사 인사 후)..이제 가자.
도민: ( 너의 뒤를 따라가며 ) 엉, 물은 나한테 있으니까, 교실 가서 줄게!
ㅅㅂ언제부터잔거지
오냐...
ㄹㅇ 언제 잠든??
81 (GM): 11시인가에 3시간 전 트윗은 본 듯
오늘 엔딩 볼 각인가^^?
사실은더자려고햇다구요 ㅋ
기적적인 타협햇다고요 ㅋ눈꺼풀이랑ㅋ
81 (GM): 근데 오늘... 본격적으로 대갈 쓸 일 많을지도.
내일갈까
ㅎ
ㄱㅊ 지금부터 끝까지 대갈만 쓸테니.
씨`발
헉
가입시더..ㅋ
머리쓸일많다고하셨으니
오늘도 부분부분메모하면서^^
4시인가 5시인가
81 (GM): 아무튼 어제 뭐있었나 복습해보십쇼
아 ㅅㅂ 북미리그 재바ㅏㅇ보다가 잠들엇네요
그러고보니 ㅎ
ㅎ
어제..
나는 지난일따위 돌아보지않습니다
알겠습니다.
모기쉑
모기쉑은 돌아봐야되는데
KP: 일단 ???판정을 2번 돌리셨고.. 유해가 악보집을 안 보여줬다.. 그리고 악보집은..(중략) 보건실 들렀다 이제 학교로 가는 씬.
쒸익
알겟읍니다ㅡㅡ
KP: 위를 보시면 대충 아실테지만. 제 입으로 말하긴 참.^-
이쯤 말하면 현실 인트가 높으신 댕칠님께서 어느정도 눈치채셨을 거라 예상해봅니다.^^
방금자다일어낫기때문에
개와같은IQ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 말을 너무 많이해서 전 내용이 짤렸네..)
ㅋ
조례를 시작으로 수업종이 여러번 치고 나면 5교시 과학시간이 찾아옵니다.
점심 시간이 종료되고 또 다시 식곤증이 학생들의 수면욕을 지배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후 1시 20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5교시.
해가 중천에 떠있고 불어오는 바람의 빛은 투명합니다.
미지근한 공기가 뺨을 건드릴 때마다 어떻게 된 게 졸음만 쏟아집니다.
선생님 : 거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을 뭐라고 한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 없이 진행중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설명 해줬었지?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어허, 왜 다들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적어도 강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블랙홀은 시공간에 구멍을 뚫는다고 별표까지 달아줬을 거야. 교과서 확인해 봐.
지루한 내용의 연속입니다. 점심 시간 직후, 수면제와 다를 바가 없네요.
민도 수업 내용을 지루하게 듣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유해는 저 멀리서 졸음을 꾹 참고 꾸벅이다 칠판을 보기 일쑤네요.
선생님 : 다들 졸고 있는 것 같으니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볼까?
다들 어렸을 적에 시간 여행 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선생님 : 실제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의 경우 광속에 가까워질 수록 시간이 느려지니까, 빛보다 빨리 나아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
하지만 빛보다 빠른 물질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지? 2011년에 유럽 입자물리 연구호 CERN에서 초광속입자 해프닝이 있기도 했는데,
궁금한 녀석은 학교 끝나고 찾아보도록 해라.
공부를 제대로 한 녀석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시간과 공간이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나아갈 경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라 허수의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즉,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을 위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는 소리지.
우주 끈이나 웜홀을 사용한다거나.
선생님 : 하지만 웜홀이 그저 가상의 이론 상태일 뿐인 지금, 시간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어딘가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미지의 구멍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말이야.
자, 과연 미래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할까?
혹여나 그렇게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끝으로 샛길로 빠졌던 수업을 재개합니다.
선생님 : 다음 시간까지 시간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제출하도록. 숙제다!
뒤늦게 파격적인 숙제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한껏 야유합니다.
5교시 수업은 다시 본래의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졸지 않고 혼을 거의 빼고 있는 아이들을 쭉 둘러보던 차에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유해가 눈에 들어옵니다.
얼마 있지 않아 활짝 펼쳐진 교과서 위에 뜯어진 메모지 조각이 올라옵니다.
아이들의 손을 타고 건너건너 당신의 자리까지 온 모양이에요.
(나한테 온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
KP: 오늘도 설마 주운이 좋은 건가요? 좋습니다)
쪽지의 귀퉁이가 엉성하게 찢겨져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 들킬까봐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죠.
어떤가요, 도민. 유해의 부탁을 들어줄 건가요?
,ㅋ
잠시만여
( 공책의 모서리를 찢어 '알겠어, 끝나고 뒷문 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라고 적어 보냅니다 )
민은.. 친구들의 손을 통해 유해에게 쪽지를 전달해줍니다.
몇몇 친구들이 당신과 유해를 힐끔이는게 눈에 들어오네요.
쪽지를 받은 유해는 당신 쪽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더니 다시 칠판으로 고갤 돌렸습니다.
방과후 유해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유해는 민이 건넨 쪽지의 내용대로 학교 뒷문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가 지는 속도가 느린 여름인지라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는 이릇임에도 쨍한 햇빛이 어깨를 데웁니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배경을 일렁이는 아지랑이가 연기처럼 자리합니다.
신유해: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귀찮아하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나와준 것도 그렇고.
도민: 으응~ 뭐, 별로 바쁜 일도 없고~ 너라면 뭔가 이유가 있어서 부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신유해: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나와준 거야?
도민: 응? (특별하다는 말에 조금 당황한 듯) 글쎄~ 그만큼 거창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뭐, 이유가 어떻든 간에 별로 상관 없으니까~
이유가 없어도, 반 친구끼리 방과후에 놀러가는 거, 좋다고 생각하니까~
신유해: ..응, 그래서 불렀어. (쑥스러움에 고갤 살짝 돌렸다.) 시내로 갈 건데, 괜찮아?
한참을 걸으며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근처에 위치한 상가 거리에 들어섭니다.
상가 거리는 이 근방에서 가장 훌륭한 발전이 이루어진 곳으로 특히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몇 달 전에 비해 돌아다니는 유동객의 수는 눈에 띌 만큼 줄었지만, 그런대로 여전히 붐비는 장소네요.
도민: 아! 완전히 잊고있었어~ 으응~ 나 그런 쪽은 잘 모르니까, 그냥 대충 해서 제출할까 하는데~ 유해는 생각해봤어?
신유해: 음...난 아직. 할 거면 좀 더 힘내서 해보는 건 어때, 만약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과거는 있는지... 라던가?
도민: 으응~? (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으며) 글쎄, 나 과거에 연연하는 타입은 아니니까! (있어도 뭐, 너한테 얘기할 만 한건 못 되지만~)
(너를 쳐다보며) 유해는 그런 거 있어? 바꾸고 싶을 만큼 과거에 후회했던 일?
사거리에 접어들자 때마침 초록불이 점등합니다.
간만에 나온 거리의 풍경이지만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흐릿하나마 기억을 되살려 근처 상점가별 위치를 도식화시켜봅니다.
신유해: 나? (눈을 도륵 굴리고는 네 쪽을 한번 쳐다보곤 신호등을 건넜다.) 있지.
있지만... 민이 너도 말 안하는 것 같으니까, 나도 말 안할래. (장난스레 덧붙였다)
도민: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너 보기보다 재밌는 면이 있는 것 같아~ 됐어! 얘기 안 해준다면야~ 지금은 넘어가줄게
신유해: (가만 있다가 빙그레 웃어보이고는)그래. 어디갈까? 배는... 안고파?
이 상점가에는 식당, 카페, 영화관, 백화점, 서점 외에도 꽤나 다양한 가게들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유해와 첫 데이트 장소로 어딜 가보고 싶나요?(^^
으응~ 나야 아직은 괜찮은데. 유해는? 배고프면 말해! 언제든 잘 먹으니까~
신유해: 아직 배는 안 고픈데.. 괜찮으면 카페라도 갈래? 아... 근데 카페 안 좋아..하나? (혹시나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도민: 아냐! 카페 가! 가자! (네 손목을 잡고 카페가 있을 법한 곳으로 이끌어) 그렇게까지 배려 안 해줘도 되니까,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어디든 말해~
신유해: 아.,(잡힌 손목을 보곤 시선이 보도블럭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네가 가고 싶은대로 가고 싶은데...(작게 웅얼거리며 카페까지 이끌려갔다.)
민은 유해의 손목을 붙잡고 곧장 카페로 향합니다.
코너 한구석에 외따로 세워져 있는 작은 카페.
건물 외벽을 장식한 벽돌 무늬와 입구의 난간 곁에 일렬로 도열된 동물 모양 피규어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신유해: 여기... 괜찮아? (굳이 이런 취향 탈 것 같은 카페가 아니어도 좋으니깐.) 여기 말고 다른 데 가도 좋아.
도민: 으응? 엄청 귀여운데, 이 피규어들~ 나 완전 마음에 드니까! (메뉴판을 보며) 뭐 마실거야?
신유해: ...(네 모습에 미소를 자아냈다. 옆에 서서 메뉴판을 지그시 보고는) 난...레몬에이드, 민이 넌?
도민: (조금 놀란듯이) 나도 레몬에이드 마실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치만 복숭아 스무디 마실래~ 네 꺼 뺏어먹으면 되니까~ (장난스럽게 웃으며)
신유해: (두어번 새는 소릴 내며 웃고는) 그래, 대신 빨대는 꽂아야 돼. (장난)
메뉴를 고르면 직원이 둥근 원형의 진동벨과 영수증을 건넵니다.
음료 외에도 계산대 아래 놓인 쇼케이스에 갖자기 베이커리와 케이크가 진열 되어 있습니다.
유해는 조각케이크 두 조각을 골라 음료와 함께 주문합니다.
신유해: 아,.. 케익은 뭐 좋아해? (대충 너라면 뭐든 잘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도민: (잠시 고민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다 이내) 응~ 주면 다 잘 먹지만, 역시 고구마 케이크가 제일 좋아! 으응, 조금 특이한가~
아쉽게도 고구마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진 않나봅니다.
신유해: 고구마 케익...(물끄럼)...나중에 베이커리 가자. 그래도 되지? 이러면... 나중에 또 둘이서 볼 수 있겠다. (나름에 분위기를 띄운답시고 한 말이었다.)
도민: (자신을 신경써주는 유해의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응, 좋아! 같이 가기로 약속~ ( 너에게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신유해: 약속까지야...(새끼 손가락을 교차해 조심스레 걸었다) 지나가는 말만 해도 가줄 수 있는데.
새끼 손가락 고리를 걸고 나면 민의 손에 있던 진동벨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음료는 일회용 잔에 담겨져 나왔네요.
도민: (너에게 음료를 건네며) 날씨도 좋으니까 밖에 구경하면서 마시자! 상가에 나온건 꽤 오랜만이라, 조금 들뜨네~
신유해: (건넨 음료를 받아들고는 널 따라 카페 문을 나섰다.) 응, 날씨 좋으니까...(너도 기분 좋아보이고. 이유야 어떻든.)
민이 넌.. 주로 혼자 있을 때 뭐해? 난 외동이라 형젠 없는데.(레모네이드를 한모금 빨며 띄워진 얼음을 휘휘 저었다.)
도민: 으응~ 그냥 침대에 뒹굴거리거나, 밖에 나가서 산책이랑 운동? 그정도~ 나는 형이 있긴한데, 같이 사는건 아니라서, 외동이랑 거의 비슷한 느낌이네~ (한 입 달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자기 입을 가리킨다 )
신유해: 혼자서도 운동, 자주 하나보네. (건강해 보이니까, 운동 좋아할 거라 생각은 했는데.) 형.. 있구나? 형이랑은 친해? ..아, 너무 사적...인가. (네 쪽으로 음료를 돌려주었다.)
...(빨대 생각은 늦은 걸로)
도민: (네 레몬에이드를 한 모금 마시고서) 건강한 게 최고니까~ 라기보다는 그냥 몸 쓰는 걸 좋아하는 편! 형이라~ 으응, 사실 못 본지 좀 되긴 했는데, 친한 사이라고 생각해, 뭐 형 쪽이 나한테 완전 맞춰주는 느낌이지만~ ( 자신의 음료를 너에게 건네며) 내 것도 좀 마셔볼래?
신유해: (네가 제 음료를 마시는 걸 빤히 바라보곤) 운동... 힘들어서 얼마 못하겠던데.(..) 사이 좋나보네..(네 음료를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그냥 마셔도 돼?
도민: (질문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듯) 으응? 별로 상관없는데~ 아, 혹시 같은 빨대 쓰는거 안 좋아해? 뚜껑 열어줄까?
신유해: 그건...아닌데, (내리쬐는 햇빛 탓일까, 얼굴이 더워졌다.)(오른손으로 머리칼을 귀 뒤로 걸며 네 빨대에 입을 가져갔다.) ...맛있네, 그, 그럼 이제 다른 데 갈까? 계속 밖에 있기는... 좀 덥네.
도민: (네 얼굴이 살짝 빨개졌음을 눈치채, 자신도 왜인지 모르게 조금 쑥스러워졌다.) 그치~? 과일은 일단 스무디로 만들면 다 맛있는 것 같아! (횡설수설하는 도중에 너의 말을 듣고서 내리쬐는 햇빛이 꽤 따갑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응~ 여름이라 그런지 덥네! (들어갈 만한 곳이 없나. 근처를 두리번 거리다) 앗, 영화라도 볼래? (영화관을 가리키며)
정처없이 길을 걷고있다보면 때마침 눈 앞에 영화관의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형 상가건물 5층에 입점해 있는 영화관입니다.
인테리어 리뉴얼이 진행되며 한동안 영업을 하지 않던 곳인데 때마침 저번 주에 정상 개관되었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공사중이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신유해: 영화? (발걸음을 너와 나란히 영화관을 향해 걷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 너보다 한칸 아래에 자리하고는) 영화... 어떤 영화 좋아해?
도민: (몸을 살짝 틀어 너를 바라보며) 으응~ 나는 공포영화나 스릴러가 좋아~ 아! 근데 잔인한 건 못 봐! 뭔가, 비위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유해는? 선호하는 장르 있어?
신유해: (나돈데. 속으로 생각만했다.)난... 공상과학? 호러 빼고는 그럭저럭 즐겨 보는 편이야.
네온 조명이 은은하게 유리바닥을 적시는 5층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달콤하고 짭쪼름한 팝콘 냄새가 풍깁니다.
티켓을 소지한 사람들이 비어 있는 테이블에 앉아 영화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운터 직원에게 문의하거나 자동 발권 기계를 이용해 티켓을 발권할 수 있습니다.
여름 특집 테마의 납량 괴담 공포물과 로맨스 코미디, 평론가의 리뷰가 후하다는 액션 영화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SF풍 판타지 영화도 눈에 띄네요.
동심이 필요한 어른들을 겨냥한 3D애니메이션 영화 포스터도 붙어 있습니다.
신유해: 역시...여름엔 공포물인가.(공포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며)
도민: 으응~ 하긴 뭔가 여름! 하면 간담이 서늘한~ 그런 영화가 많이 나오지~ (조금 고민하다가) 그치만, 공포영화는 그, 징그러운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잖아~? 그래서 영화관 오기 전에 항상 리뷰를 보고 오는데, 오늘은 그런 게 아니니까~(카운터를 슬쩍 쳐다보며) 카운터 가서 요즘 뭐가 제일 인기있는 영화인 지 물어볼까?
티켓 발권을 돕던 직원이 불쑥 나타나 이벤트 영업을 합니다.
직원: 고등학생 커플이신가요? 저희 SR시네마에서는 리뉴얼 개관을 기념하여 학생 커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유해: (73퍼센트..?)...(네 눈치를 슬쩍 보았다. 아무리.. 할인이 좋다지만...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운 걸. 네가 싫어하면... 그건 그것대로 싫으니까.)
도민: (살짝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너에게 입모양으로 '미안' 이라고 하며 살짝 너의 손을 잡는다.) 으응~ 좋은 이벤트네요! 추천할 만한 영화는 없나요? 지금 애인이랑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 ( 본인이 말해놓고 쑥스러운 듯 볼이 조금 빨개진다. )
신유해: 읏,(잡힌 순간 후끈 달아오른 열에 고갤 수그렸다. 어색하게 보이지 않으려는 손짓일까, 손에 조금 힘을 주어 맞잡았다. 네가 내쪽을 보고 있지 않아 다행이다. 앞의 종업원 눈에는 그저 부끄럼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이 되겠지.)
직원: 커플 맞으시구나~ 네, 지금 제일 흥행하는 영화는 최상단에 걸린 괴담을 소재로 한 공포물 이구요, 고등학생 관객분들께서는 액션 영화 많이 관람들하세요.
도민: 오옹~ 역시 여름하면 공포물인가~ ( 그럼 그걸로 두 장 주세요. 라고 말 하려던 찰나에 물리선생님이 내 주셨던 숙제가 떠올랐다.) 앗, 유해! 우리 SF영화 보는 건 어때? 주제도 오늘 물리 숙제랑 딱 들어맞는 것 같아!
신유해: SF...좋아. 그보다 뭐든 좋으니까..(점차 시간이 지나 너와 같아진 체온에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나쁜 감정이 아니란 것만은 똑똑히 알고있다.)
민과 유해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를 관람합니다.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분명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함께 영화를 본 기분은 또 어떻고요. 좋았나요?
상영 후 영화관 밖을 나와보면, 꽤나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유해: 시간이 많이 지났네. 나 서점에 좀 들러야 하는데. (가자는 눈치를 보냈다)
도민: 서점~?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서) 으응~ 아직 시간 괜찮으니까, 얼른 가자~
민은 유해의 부탁에 따라 함께 서점으로 걸음을 돌립니다.
자동문 너머로 들어서니 새 책들이 모이고 고여 있는 장소 특유의 결좋은 나무 냄새와 약간의 곰팡내가 섞인 에어컨 냄새가 느껴집니다.
햇빛에 푹 절어 있던 몸이 조금은 되살아 나는 기분이네요.
유해는 무더위에 지친 기색을 하고서 서점에 들어서더니
악보집 코너 내지는 문제집 코너 근처를 서성입니다.
미리 찾아두었던 책이 있는지 검색대를 이용하는가 하면, 비슷한 출판사의 책 두어 권을 뽑아 펼쳐보기도 하며 개인적인 시간을 가집니다.
서점이 꽤 넓은 탓에 주위를 둘러보고 있노라하면, 민은 금세 유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마치 운동장처럼 펼쳐진 서점을 휘 둘러보면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가지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는 출입객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 사이엔 책 정이로 분주한 직원들 또한 섞여있고요.
오늘 새로 생긴 과학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 코너
에 들렀을 지도 모릅니다.
도민: (으응~ 찾는 책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 무슨 책을 검색했는 지 볼까?)
(콩쿨을 준비한다고 했으니, 새로운 악보를 찾으러 갔을지도 몰라. 음악코너로 가보자)
유해는 역시 악보집을 보러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은 음악코너로 향합니다.
음악 코너에 들어서니 자연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과거 피아노를 연주하던 시절의 민에게는 익숙한 장소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음악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다른 악보집이나 책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사이즈의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잘못 꽂아두었는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제목은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상대성 이론!>...이네요.
과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음악 코너에?
도민: (뜬금없이 꽂혀있는 과학 책을 꺼내봅니다.) 왜 이게 여기있지, 누가 잘못 꽂아놓은걸까~.
그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여러가지 타임 태러독스에 관련된 내용들이 줄글 형식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ㅡㅡ)
(어려운 내용의 책이지만, 물리선생님이 내 준 숙제를 위해서 이해하도록 몇 번이고 읽어봅니다.)
<할아버지 패러독스>와 <타임 리프>에 관련된 대목을 발견합니다.
이 곳에는 유해가 없네요. 유해는 다른 코너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민: (어려운 내용에 그대로 책을 덮어버리며 이 책의 원래 자리를 찾아주러 과학 코너로 이동합니다.)
과학 코너에는 다른 코너에 비해 상주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적습니다.
에어컨의 냉기가 속속이 섞여든 책장 틈을 둘러보면,
좀처럼 구미가 당기거나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 는 없었습니다.
그대로 스쳐 지나가려던 민은 부자연스럽게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도민: (병리학은 잘 모르니까~ 애초에 고등학생이고, 나.) ( 가지고 왔던 책를 원래 자리에 꽂아주고는, 문제집 코너로 발길을 옮깁니다)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새 문제집을 보러 온 학생들이 각 책장마다 두셋 즐비합니다.
과목별 구역으로 나뉘어있으며 어디를 살펴도 유해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문제집 코너를 살피던 단신을 빽빽이 꽂혀있는 문제집들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게으른 누군가 구매를 재고하며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책일지도 모르죠.
도민: 누가 이런 식으로 꽂아둔거야~(책을 예쁘게 꽂아주기 위해 빼냅니다.)
제목은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음악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문제집 코너에?
글을 읽고 있으면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책을 구매한 모양인지 악보와 문제집 몇 권을 들고 있습니다.
신유해: 여기서 뭐해..? 나 찾고 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길이 엇갈렸나보다.
도민: (한참 책을 향하고 있던 시야가 너에게 고정되며) 앗, 어디 있었어~ 너 찾으려고 엄청 돌아다녔는데! 책은 다 고른거야? ( 네가 무슨 책을 사는지 궁금한 것 마냥 네가 들고 있는 것들을 쳐다본다.)
신유해: 이렇게 될 바에야 같이 다닐 걸 그랬나.. 고르는 데에 큰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 안해서..(구매한 악보집을 보여주며)
도민: (어릴 적 열심히 연습했던 악보들과 겹쳐 보인다.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 든다.) 아냐, 너 찾아다니면서 서점 구경도 실컷 했는걸! 재밌었어~ (악보집을 가리키며) 콩쿨 준비?
신유해: 응.. 콩쿨 준비.. 보단, 그냥 내가 맘에 드는 곡 한 번 쳐보고 싶어서. (멋쩍은 미소를 흘렸다)
줄곧 느껴왔기에 금세 깨달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세상에 축적된 많은 문장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순간 전조도 없이 가슴이 뛴 것만 같습니다.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려두는 것이 더는 도민에게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원하는 장소를 양껏 방문하고는 서점 밖을 나옵니다.
시계를 살피면 대략 7~8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여름이 농익어가며 하늘에 해가 떠있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교연한 노을이 상공과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신유해: ...마지막으로 꼭 들러야 할 장소가 있어.
...라 말한 유해는 따라오라는 듯 발걸음을 남기며 어느 외진 골목길에 접어듭니다.
주변을 살피면 양 옆으로 붉은 벽돌이 고루 쌓여 있고 그 표면을 담쟁이 넝쿨과 장미꽃이 똬리 틀고 있습니다.
민이 말할 것 같으면 요 근처에 이런 길이 있었는지... 금시초문입니다.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바삐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도시로 위에는 어제 보지 못했던 차량이 오늘의 배기음을 터뜨리며 지나다니고, 몇 달 새에 하늘을 찌를 듯 드높게 건축된 신설 빌딩이 세워지는 것이 예사인 곳.
으레 생기는 변화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만 내일에 적응할 수 있는 곳.
번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장소 하나가 고스란히 남겨진 듯한 풍경은 꽤 낯설지도 모릅니다.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을 나아가다 보면 머지 않아 그 끝에 당도합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귀퉁이에 세워진 다 낡은 악기상 앞에 머무릅니다.
쿰쿰한 나무썩은내, 비릿한 풀냄새와 한층 짙어진 여름의 오존 냄새가 머리맡을 맴돕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흰 울타리가 빙 둘러쳐진 악기상,
기스 투성이 전면유리창 너머로 갖가지 악기들이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어라고 입을 열 새도 없이 유해는 악기상의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계절의 구색을 맞추듯 청명한 현관벨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빛이 바랜
카운터
좌석에 앉아 있던 악기상의 주인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흘끗 확인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교복 차림새의 학생 두명이 무언가를 살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나봐요.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흐릿하나마 찝찔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살피기에는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
이 인상적이고, 악기상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갖가지
악기들
은 진열대 위에 놓여 있거나, 벽에 걸려있거나 합니다.
악기만큼은 애지중지 관리했는지 하나같이 먼지가 쌓이지 않은데다 광택이 돕니다.
조금 더 찾게 내버려두고 악기상을 내부를 둘러보아도 좋을 것 같네요.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어깨와 어깨를 맞댄 채 꽃혀 있습니다.
어느 한 권 빠짐 없이 세월의 흔적이 누렇게 껴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가 얕게 쌓여 있기도 하고, 모서리가 찢어진 악보집이 보이기도 합니다.
도민: (흥미가 생길만한 것들이 없는지 카운터 쪽을 흘겨봅니다)
팔꿈치를 올린채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악기상 주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언가 물어보면 대답은 해줍니다만 그리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카운터 위에는 낡아빠진
아날로그 시계
와
라디오
가 올라와 있고, 그 옆에 읽다만
신문
이 놓여 있네요.
도민: (아날로그 시계를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요즘 시대에 아날로그라니, 감성적이네~^^)
골동품 가게에서 주워올 법한 연식의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
시계약은 꼬박꼬박 잘 갈아주고 있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은 별 무리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도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집중하여 들어봅니다.)
척 보기에도 만들어진지 기십 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라디오.
노이즈 낀 저음질의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도민: (흥미있는 기삿거리가 없는지 신문을 살펴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최신호가 아니라 몇 주 전에 발행된 신문입니다.
KP: 기사 날짜를 재차 살피니 이 신문은 3주 전에 인쇄된 호입니다.
'지난주'가 덧붙어 있는 것을 미루어 유추하건대 그 매혹적이라는 B씨의 연주는 대략 한 달 전 에 콘서트로 진행되었던 모양이에요.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듭니다.
혹은 위화감이거나 어떤 감이 작용하며 드는 느낌일 지도 모르고요.
한 달 전이라면...
지금 유행 중인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최초로 전파되었던 시기 와 맞아 떨어집니다.
도민: (핸드폰으로 B에 대한 기사와 겨울이 흘린 눈물에 대해 더 찾아봅니다.)
(예이)
콘서트에 사용되었던 곡의 악보가 발견되는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어느정도 악기상을 둘러보면 유해가 말을 걸어옵니다.
무언가 석연찮은듯, 혹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입니다.
신유해: 찾는 악기가 있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없나 봐... 팔리지는 않았을 텐데, 이상하다...
악기상 문을 열고 나오니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는 시간입니다.
짙은 땅거미가 아스팔트와 돌바닥을 기기 시작한 저녁과 밤,
소등되어 있던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씩 점등하며 온전히 어두워지진 않은 길을 비춥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이후 도시는 저녁시간대 특유의 활기를 잃은지 오랩니다.
악기상에서 나온 두 사람은 귀갓길에 광장에 놓인 낡은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유해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피아노를 향해 다가섭니다.
낡디 낡아 의자에 앉는 사람도, 건반에 손을 대는 사람도, 하다못해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이 분수대 맞은 편에 그저 장식물처럼 배치되어 있는 나무 피아노입니다.
피아노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원인 모를 친근감이 듭니다.
신유해: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냥... 피아노가 있길래, 이런 데에.
도민: 으응~? 그치만 아까 '이 피아노가' 라고 했잖아~ 혹시 악기점에서 찾던 게 이 피아노야? (피아노를 쳐다보며) 근데, 응~ 그렇게 잘 관리된 모양새는 아니네.
신유해: 그렇네, 낡고... 지저분하고. 소리가 잘 날지도 모르겠다. (건반을 손가락으로 지분거렸다.) 갈까? 많이 늦었으니까.
도민: (자신의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는 너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다.) 또 대답해주지 않는 거야? 유해,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얘기해 줘~ (너를 따라서 건반을 눌러보며)
신유해: 이제 피아노... 큰 거부감은 없나보네. (옆에서 건반을 누르는 또다른 손가락을 바라보며) 해가 다 지게 생겼네. 다음에.. 말해줄게.
집으로 돌아가자. 오늘... 함께 해줘서 고마워. 재밌었어. 내일 학교에서 보자. (건반에서 손을 거두고 몸을 반쯤 돌렸다.)
도민: (그러고보니 이제는 건반이 손에 닿아도.. 기분 나쁘지 않아. 항상.. 피아노를 놓아버린 죄책감, 때문에 숨이 막혔는데.) 으응, 다 네 덕분인 것 같아.(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럼, 내일보자!
신유해: (밝은 네 모습에 웃어보였다.) 응, 내일보자.
유해가 떠난 자리에서 먹지 않은 온전한 해열제 한 알이 발견됩니다.
숨통을 불사르는 듯한 무더위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휴대폰에 맞춰두었던 알람이 민을 보채고 있습니다.
학교를 가는 날이니, 어서 등교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피아노를 그만 두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한계에 부딪혀 좌절감을 맛보았던, 거대한 벽 앞에 가로막힌 것만 같은 무력함을 느꼈던 것도 같습니다.
부딪힌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 아닌 받아들이는 것을 선택했나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것에 어떤 감정이 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하난 알 수 있습니다. 더이상 흑백의 건반을 마주하는 것을 외면하지 않을 거란걸요.
등교 준비를 끝마치고 집 바깥으로 나서기 직전 민은 끄지 않은 채로 잊고 있었던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를 듣게 됩니다.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다루기 위해 신설 편성되었다던 그 코너임이 분명합니다.
(이예이)
학교에 가볼까요? 넋놓고 뉴스만 보고있다가는 지각할지도 모르니까요.
도민: ( C반 선생님은 화내면 무서우니까, 라는 생각을 하며 뛰어갑니다)
혼날 생각에 무작정 학교로 뛰어가 교실로 들어서면...
늘 당신보다 일찍 등교하던 유해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혹시 오자마자 교실로 들어온 게 아닌 걸까요?
도민: (유해라면 음악실에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들러볼까?)
5층의 음악실로 계단을 성큼성큼 타고 올라가면...
조례 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조금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도민: (선생님한테 유해가 등교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봅니다.)
선생님: 유해? 아, 유해는 최근에 유행하는 전염성 열병 때문에 병결이다. 너도 조심하고... 자리에 앉아서 수업 준비나 해라, 짜식아.
그러고보니 두 반이 묶인 뒤로부터 서넛의 아이들이 병결 처리 되었습니다.
메꿔두었던 책상은 다시금 주인을 잃고 방치되길 반복합니다.
선생님께 유해의 병결 이유를 듣게 된 민은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가슴이 조일듯 답답해집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난 며칠간 당신과 신유해는 질릴만치 붙어 다니며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도민: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유해의 번호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어떤 말을 할 지 생각하며 유해가 전화를 받기를 기다린다.)
착신음이 끝까지 울릴 때까지 유해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전화를 꺼둔 것은 아닐테고...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수업종이 울리기 시작하니 어서 휴대전화를 집어넣는 것이 좋겠어요.
마치 스위치를 올리듯 분산되어 있던 정신이 한 자리에서 맞붙었습니다.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면 책가방을 싼 아이들이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오늘 하루종일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혹은 다른 생각을 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거나요.
자리에서 일어선 민은 교실 바깥으로 나가기 직전, 어쩐지 모를 기묘한 이끌림에 힘업어
때마침 덜 닫힌 창문 가장자리에 불어온 오후의 설익은 바람에 가슴이 뻐근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은 건조한 1인용 책걸상.
가장자리 [C반, 신유해]라고 적혀있는 코팅된 시간표까지.
기스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책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전에 없던 기이한 감각마저 솟아나는 것입니다.
어제는 분명 이 자리에 책상 주인이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비어 있었습니다.
그 덧없는 사실이 어쩐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그 때.
널빤지처럼 납작하고 어두운 사물함 속, 켜켜이 정돈된 교과서 사이로부터
빼꼼 튀어나와 있는 찢어진 작은 종잇조각을 발견합니다.
잘 닦인 도자기처럼 맨질거리는 종이를 손에 쥔 민은 전에 없던 확신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이 종이는 마치 단서처럼, 단조롭고 평화롭기 짝이 없는 교실의 풍경 속 우뚝 솟아난 돌부리처럼 당신의 눈에 걸리고 말았으니까요.
마치 결국에는 이 쪽지를 발견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그 자리에 놓여 있었으니까.
그래서 당신은 기꺼이 걸려 넘어져버리고 말았으니까.
눈에 익은 글씨체만으로도 머리통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이 장소는 여심할 여지 없이 며칠 전 유해와 함께 방문했던 그 악기상이 틀림 없습니다.
그밖에도 잘 살펴보면 쪽지의 귀퉁이에 적힌 메모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기억을 더듬거나 헤매다보면 민은 일전에 함께 방문했던 악기상 앞에 도달합니다.
악기상 출입구에는 희끄무레하게바래어 페인트칠이 벗져니 '임시 휴업'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민은 새파란 싹이 이름 모를 들꽃이나 잡초들과 뒤섞여 인사인해를 이루고 있는 울타리 근처를 서성입니다.
도민: (울타리 근처를 서성이다 문득, 낡은 피아노가 있던 공원을 기억해냅니다. 어떠한 확신도, 자신도 없지만 어째선지 유해가 그 곳에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날, 유해와 헤어졌던 분수대 앞에 당도하면,
유해는 보이지 않고 전과 같이 아무에게도 관심 받지 못하는 낡은 피아노 한대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입니다.
약도에 표기되어 있던 곳은 분명히 악기상임이 틀림없습니다.
이곳에 없다는 것은, 악기상 근처 어딘가에 있음이 맞는 것 아닐까요?
도민: (다시 악기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미련을 떨치지 못한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악기상 바깥쪽의 자그맣게 무너진 울타리입니다.
그 사이로 어떤 계절의 매미 우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좁다란 공간은 마치 언젠가의 비밀스러운 길이 닦였다가 무산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몸을 구겨본다면 간신히 이동하는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비밀의 장소로 인도하는양 샛길을 타고 악기상 건물 외벽의 바깥 쪽을 타고 둘러 이동하다 보면,
민은 나무가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공터를 발견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풀벌레 우는 소리만 선명합니다.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메마른 흙바닥의 정가운데 뻥 뚫린 싱크홀이 나있는 것만큼은 예삿 일이 아닌 것 같군요.
구멍의 가장자리는 마치 녹은 것처럼 보이며, 비정상적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웜홀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발치 아래 투영된 듯 합니다.
38도를 웃도는 축축한 여름임에도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민은 유사 이전의 세상에 인간이최초로 빚어졌을 당시 하나의 재료처럼 장기 곳곳에 새겨져 있었던 본능으로 말미암아 어떤 메시지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어쩌면 결국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오래도록 방황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구멍을 살피면 마치 하늘을 반사한 물이라도 투영한듯 희미한 빛이 텅 빈 공간을 떠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깊어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근방에서 강렬한 여름의 오존 냄새가 풍깁니다.
KP: 시간의 왜곡에 뛰어들기를 결정했다면 더 지체할 이유는 없습니다.
단, 구덩이에 뛰어들기 전...
...
민이 살아가는 2019년의 제조일자 및 제작 연월일이 적혀 있는 물건이라면 더 좋을 지도 모릅니다!
어떤 물건이든 좋습니다
도민: (가방을 뒤져 유통기한이 2019년 12월 까지인 작은 탈취제를 찾아냅니다. 바지 주머니에는 자신의 핸드폰을 찔러넣습니다.)
언젠가의 과거에서 유해가 그러했듯 모든 준비를 끝마친 민은 구멍속으로 몸을 내던집니다.
찰나에 당신은 온 몸을 거스를듯 피부를 긁어대는 어떤 비인간적인 손길을 느낍니다.
전에 느껴본 적 없던 외계의 에너지가 강압적으로 몸을 잡아 당기는 듯한 감각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별로안졸리지만여
갑니다~^
뭐햇는지
보내드림
ㅋ
갑니다 ㅋ
ㅖㅋㅋ
하시는동안
치킨먹방좀
생각하겟습니다
개뜨걻네요
오늘이.
ㅋ
ㅖ
ㅠㅠ!! !!! ! !
우와~~~`~
ㅜㅘ.
ㅋ
댕칠...
티알 데려가야 되는데.
ㅌㅋ
누가동행한댓읍니까?
ㅋ
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요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ㅋ
한숨쉬지마세여 ㅋ
인생사다그런것아니겟읍니까 ㅋ
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7: 아직..파릇파릇한..20대.청춘.이여..~!
언제든 시작하고 싶거든 도민으로 바꿔서 행운 판정 하면 재개합니다
준비됏으면가자구연ㅋ
대단해~
아!
ㄱㄷ
소용돌이치는 왜곡 속을 맨발로 건너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은 꽤 깊은 구덩이 안에 있습니다.
깊은 구멍 안에 머물고 있는 탓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꼭 천장같은 푸른 색의 하늘이 원형으로 오려져 있습니다.
KP: 구멍을 빠져나가기 위해 <오르기>판정, 어려운 성공 이상의 <근력>롤을 굴릴 수 있습니다.
(ㅋ_ㅋ)
손톱 밑을 자잘한 흙이 파고드는 감촉과 함께 다시 구멍 속으로 내동댕이 쳐집니다.
빠져나갈 때까지 판정이 가능합니다.
크악
다시 한번 구멍 속으로 내동댕이 쳐진 도민, 체력 -1
크악.
KP: ???판정 사용을 허가합니다. 도민, 체력 -1
(ㅜㅜ)
민은 3번의 추락 끝에 사방이 꽉 막혀있던 구멍을 아래에서 위로 기어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근처를 살피면 구덩이에 뛰어들기 전에 보았던 그 공터입니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이리저리 우거져있던 나무가 바싹 말라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바닥을 장악하고 있고,
맞은 편에 보이는 악기상의 벽면은 부식되어 이질적인 감상을 더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전혀 관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군요.
공터에서 빠져나오면 악기상 입구에 다다릅니다.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나 굴곡진 모퉁이를 돌아보아도 지나다니느 사람 하나 발견할 수 없습니다.
공간 자체가 마치 노이즈 낀 흑백 필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길로, 어떤 장소로 향하든 일말의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전깃줄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목소리나 나무에 달라붙어 노래하는 매미의 우짖음만이
당장에 민의 눈에 들어오는 곳은 악기상 한군데 뿐인 것 같습니다.
도민: (악기상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당겨봅니다.)
녹슨 초인종이 달린 문은 걸쇠가 고장나 살짝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직전에 보았던 '임시 휴업'팻말은 문간에 그대로 걸려 있는 채로요.
'임시', '휴업', 하고 반으로 쪼개져 덜렁거리는 탓에 다소 음산한 기운을 더하고 있습니다.
닦지 않아 희뿌연 통유리 너머로 진열된 악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다 낡아가는
피아노
한 대만이 전시되어 있을 따름입니다.
(우헤헥)
어쩐지 눈에 익은 피아노에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아' 싶은 구석이 있는 모양새인 겁니다.
며칠 전 유해와 함께 광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보았던 예의 그 피아노입니다.
다 낡아 볼품 없어진 악기에 싸구려 페인트 칠을 해 디스플레이용 구색만을 갖추고 있었던 그 피아노.
민이 알기로 이 피아노는 분명 광장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악기상이 출처였던 모양입니다.
이후 길거리를 재차 둘러보지만 역시나 사람은 커녕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는 공간입니다.
휴대폰 액정을 확인하면 시계도 캘린더도 먹통입니다.
민은 그대로 악기상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카운터
입니다.
좌석에 앉아 악기상을 지키고 있던 가게 주인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텁텁하고 간지러운 먼지 냄새가 납니다.
어디에서도 악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
은 그대로네요.
도민: (먼지가 가득 쌓인 카운터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쓸쓸한 카운터 위에는 다소 눈에 익은 물건들이 주인을 잃고 방치되어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계
와
라디오
에 먼지가 그득 쌓여 있습니다.
도민: (아날로그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 지금이 몇 시인지 확인합니다.)
약이 거의 다 되어가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이 얼마 남지 않은 숨을 그러모아 간신히 뜀박질 하고 있습니다.
바늘들이 하나같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래 공전해야 할 궤도를 떠나지 못한 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련의 반복된 패턴에 기이한 느낌이 들어, <이성> 판정
(후..)
-
도민: (라디오의 상태를 살핍니다. 라디오를 작동시켜 보려는 듯 이런저런 버튼들을 눌러봅니다.)
완전히 고장나버렸는지 탁한 백색소음을 흩뿌리고 있습니다.
주파를 맞춰보고 툭툭 두드려도 보지만 고쳐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될 리가 없잖아)
도민: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성을 유심히 듣다. 이내 끊겨버린 소리에 복잡한 심정만이 남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다, 커다란 책장에 눈길이 갑니다.)
그래도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는 더욱 무거워졌고,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절반쯤 튀어나와 있는 책자도 여럿 보입니다.
피아노를 그만둔 뒤 악보를 어떻게 관리해왔더라, 하고.
책장 모서리에 전에 보지 못했던
달력
하나가 박힌 못 위로 장식물처럼 걸려 있음을 확인합니다.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몸통만한 달력을 쳐다보던 당신은 달력 어귀에 적혀있던 올해의 년도를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큼지막한 네 개의 숫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세상의 오류를 알리듯 거꾸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와, 당신이 살던 현재로부터 조금 동떨어진 세월의 흐름을 가리키는 달력.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오가지 않고 시야는 마치 흑백필름을 끼워 넣은 것처럼 생기가 없었습니다.
미지의 구멍, 그곳에 마치 운명같은 이끌림을 얻어 겁없이 뛰어든 당신.
인구의 70%가 잠들어버린 뒤 고요한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 3년 후의 미래입니다.
(튼튼)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거나 악기상을 열고 나오면,
끝없는 열기에 데워진 아스팔트가 일렁이는 건너편 골목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민을 반깁니다.
생각해봤는데, 문제 없을 것 같아.
...네가 정말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했더라면 이 악기상에 찾아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책상 위에 올라와있던 유해의 가방 사이에서 보았던 그 악보집이 틀림 없습니다.
그 말을 남긴 유해는 마치 모든 결정과 준비를 끝마친 사람처럼,
미련 없이 민, 당신을 지나쳐 악보를 들고 깊고 커다란 구멍에 뛰어듭니다.
이 때, 민은 구멍으로 향하는 유해에게 딱 한 마디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과거의 당신을 찾기 위해 과거로의 리프를 앞둔 신유해에게,
실제 '과거'의 도민이 되는 당신은 어떤 말을 던질 건가요?
도민: (너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네가 말했던 것처럼.. 학교에서 다시 만나자.
뛰어들던 유해와 순간 눈이 마주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순간 어떤 생각을 했을지,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을지는 그를 따라가보면 알 수 있을까요?
그를 따라 다시 구멍으로 뛰어들든 뛰어들지 않든,
민이 다시 정신을 차리면 2022년에 묶여있던 몸은 다시금 2020년의 악기상 앞에 서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유해는 보이지 않고, 한가로운 골목길을 누비는 어린 아이들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구멍에 뛰어들기 전 소지하고 있던 물건을 살펴보면
박살나 있거나, 금이 가있거나, 적어도 어딘가 한구석은 망가져 있습니다.
악기상 유리창 너머의 아날로그 시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갈하게 돌아갑니다.
휴대폰 캘린더를 펼쳐 살펴도 달력은 올바른 날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단지 꿈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하기에 보고 듣고 겪었던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도민: (혹시나 변한 곳은 없는지, 악기점 통유리 너머의 풍경을 살핍니다.)
졸고 있는 가게 주인은 여전히 카운터를 지키고 있습니다. 진열되어 있던 피아노 역시 보이지 않네요.
도민: ( 마지막으로 봤던 유해가 부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기를 바라면서 학교로 뛰어갑니다.)
어느덧 저녁이 쏟아지고 밤으로 물들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내내 무거운 습기가 발목을 잡는듯 합니다.
매년 이맘때쯤 장마전선이 북상하고는 했으니, 시간이 부지런히 흐른다면 며칠 안 있어 많은 비가 쏟아질 터입니다.
민이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몇가지 기현상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전봇대를 붙잡은채 119에 고열의 두통을 호소하다 잠들듯 바닥에 쓰러진 환자의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이 일으켜 세우는 한편,
급히 출동하던 앰뷸런스가 어느 사거리에서 승용차와 부딪히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합니다.
불가해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소름끼칠만큼 많은 별의 형상이 아른거립니다.
정해져 있는 수순처럼 열려 있는 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닫히지 않은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의 유영에 빼곡히 덮인 커튼이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하늘댑니다.
그랜드 피아노 앞에 놓여있는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면 수납서랍 한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혹은
어려운 난이도의 <교육> 성공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악보집을 습득함과 동시에 민은 낡아빠진 악보집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쏟았던 악보집들 사이에 미운오리새끼처럼 섞여있던 그 악보집에도 이런 그림이 박혀 있었습니다.
조악하게 본떠 넣은 듯 형편 없는 문양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이는 문양은 꼭 도는 것 같기도 하고...
그 기이한 홀로그램같은 형상에 어쩐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
악보를 손에 넣은 민, 이제 뭘 하러 가야하죠?
도민: (악기상에서 봤던 신문. 거기에 적혀져 있었던 피아니스트에 대한 내용을 상기합니다. 또, 믿을 순 없지만 2022년의 악기상에서 들었던 전염병에 대해 기억해냅니다. 겨울이 흘린 눈물. 이 악보는 '저주받은 곡'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끝마친 도민은 음악실에서 뛰쳐나가 과학실로 향합니다. )
그리 생각한 민은 악보를 태우기 위해 음악실을 벗어나려던 그 때,
민은 눈 앞이 하얗게 아른대는 듯한 잔상을 보았습니다.
우물에서 올라오는 듯한 인광의 기둥은 평범한 사람의 의식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영상도 초월하는 재앙과 비정상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지 빛은 이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색깔의 형체 없는 흐름은 구덩이에서 곧장 천장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듯합니다.
세상에 알려진 어떤 스펙트럼과도 닮지 않은 희미한 색을 내는 비실체.
이성이 4 감소합니다.
충격이 많이 컸나봅니다.
아른거리던 색채는 곧 작은 개미지옥을 만들어낼듯 당신의 육신을 애워쌉니다.
순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듯한 역겨운 오존 냄새를 맡았습니다.
올 여름 내내 맡아왔던 비리고도 싱그러운 냄새입니다.
KP: 우주에서 온 색채는 가까이에 있는 지성체의 마음을 약화시킵니다.
색채의 정신공격 이 이어집니다.
민은 색채의 정신력에 대해 지능으로 대항 판정을 합니다.
끈적하고 불쾌한 비실체가 몸 곳곳에 들러붙는 감각을 뿌리치고
KP: 음악실 바깥으로 대피하거나 음악실의 전등을 켜서 색채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
도민: (알 수 없는 감각을 뿌리치고 음악실의 전등을 키려고 노력합니다.)
음악실의 전등을 키려 벽면에 손을 더듬고 있으면
강한 힘이 민의 팔을 잡아당겨 음악실 바깥으로 끌어냅니다.
신유해: 내가 밤에는 음악실에 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조차도 민이 들고 있는 악보집을 확인하거든 빠르게 누그러듭니다.
붙잡힌 통에 팔 전체에 전해지는 체온이 36.5 ℃를 훌쩍 넘어 섰음을 눈치 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신유해의 몸은 불 위에 올려둔 물처럼 펄펄 끓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쭉 당신을 찾아 헤매고 있던 걸까요?
도민: (갑작스러운 너의 모습에 당황하고,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된다.) 유해! 몸이 엄청 뜨겁잖아. 이 상태로 여기까지 온 거야? (머릿 속이 복잡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헝클이며)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너한테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넌 대체 누구야?
신유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얼굴을 보면, 이내 마음이 울렁거리기 일쑤였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너와 잠깐 부딪쳤을까, 시선을 돌리고 네 손을 잡은 채로 말했다.)
...돌아가자.
도민: (잡힌 손에 힘을 주어 더욱 단단히 네 손을 잡고서) 왜 항상 대답해주지 않는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나.. 나 미래에 다녀왔어, 거기서 네 모습을 봤단 말이야. 이제 대답해줘, 유해, 너는 도대체.. 누구야?
신유해: ...내가 누구라 생각하는데? (너를 천천히 마주하고 물었다) 네 눈 앞에 있는 내가...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
...나도 오래 전에 너를 만났던 적이 있어.(숨을 바닥으로 내쉬며 작게 읊조렸다)
도민: (마주친 눈동자에, 조금 시선이 흔들린다.) ..나랑? 오래전에? .. 무슨 뜻이야?
자신이 보았던 모든 것들에 대해 열거하더라도 기다 아니다, 신유해는 대꾸하지 않습니다.
침묵은 긍정이라지만 그 긍정조차도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신유해: ...그거.(네 손에 들린 악보를 넌지시 가리켰다.) 어떡할 거야.
도민: (아무런 대꾸도 해 주지 않는 너의 모습에 울컥한 기분이 든다. 유해가 이런 적이 있었던가? 분명 이유가 있는 행동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섭섭해. ) 나, 미래에서 듣고 왔어. 이 악보 때문이지? 이것 때문에.. 이 세계는 종말을 맞이하는 거지? (악보를 놓치지 않게 품에 단단히 안는다.) .. 과학실로 가서 이 악보에 불을 붙일거야.
신유해: ...그래. 같이 가자. (네 손을 슬며시 놓았다. 이러는 것이, 우리에게 이로울지 모르겠다. 여러 감정이 동요된 마음이 너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래서 네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민은 악보를 쥔 채, 유해와 함께 과학실로 향합니다..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이고, 그 작은 불씨 위로 악보의 끝을 가져다대면
너무나도 간단히 악보에는 그을음이 져 이내 부서져내립니다.
신유해: ...뜬금 없을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 내주셨던 과학 숙제..(타들어가는 악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선생님은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이 ,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잖아.
어떻게 생각해?
도민: (조금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글쎄, 잘 모르겠지만.. 그러기 위해 날 찾아온 거 아니야? 네가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것 마저도 나에게 확신을 주는 거라 생각하는데.
너는.. 미래에서 온 게 맞지? 이 시간의 유해가.. 아닌거지?
신유해: 그게, 궁금했던 걸까. (자조적인 웃음소리였다. 일렁인 불꽃이 가련히도 눈에 들어왔다.) 맞다면... 날 싫어하기라도 할 거야?
...민, 네가 어떻게 생각하던..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어. (악보의 끝이 모두 소멸되자, 후- 하는 입김과 함께 불을 꺼뜨렸다. 시야가 점등됐다. 너도, 나도.)
도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너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 네 손을 살며시 그러쥔다.) .. 짧았지만, 너와 함께한 시간은 즐거웠으니까. (이대로 영영 작별일까봐 두려운 것 뿐이야. 라는 말은 가슴깨에 걸려 차마 나오지 못 했다.) 저기.. 서로가 어디에 있든, 꼭 다시 만나자.
신유해: (열이 웃도는 손 위로 살갗이 겹쳐지자, 선명히도 그 열감이 느껴졌다. 이에 피식하고 웃음을 흘린 건 어째서였을까. 한참을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있잖아, 민아. 아직도 피아노 연주는 하고 싶지 않아?
도민: (피아노, 이 한 마디가 왜이리 그리운 감각이 도는건지 모를 일이다. 너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네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본 후로부터는.. 그렇게 싫지 않아, 피아노. (작게 웃으며) 너를 만나고, 네 연주를 들으면서.. 동경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네.
신유해: 그래? ...그거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 속으로 중얼거렸다.) 뜬금없는데 피아노 연주하고 싶다. 네 앞에서. (늦은 시간이지만, 늦은 시간이기에. 너와 나를 제외하곤 지금 이 교내에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없으니까.)
도민: (자기자신도 모르게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 네 연주 정말 좋아하니까. 언제든 들어줄 수 있어. 네 연주도, 네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도.. 그냥 다 좋아해. (거짓말이 아닌데, 발끝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신유해: 전부...다? (의아함이 묻어난 목소리였다. 그와 함께 기분이 둥실 떠오르는 감각이 있었다. 힘이 들어간 손을 손바닥끼리 향하게 고쳐 잡고는 너를 이끌고 차가운 복도 바닥을 지나 5층으로 향한다.) ...어떤 곡이 듣고 싶을까. (언제나 들고다니던 녹음기를 세워둔 채 네게 물었다. 그와 함께 그냥...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네가 좋아해서, 그래서 나도 좋아져서. 그냥 건반을 눌렀다.)
(To GM)rolling 10+1d20
= 25
도민: (조금은 서늘한 건반에 네 열기가 닿는 모습을 눈에 새긴다.) 네가 연주해 주는 곡이면 뭐든 좋아. 그래도, 마지막이라면.. 딱 한 곡만 들을 수 있다면, 그때 네가 나에게 연주해 준 그 곡이 듣고싶어.(고개를 돌려 창 밖 밤하늘에 우두커니 자리잡은 달을 바라본다.)
신유해: ...네가 원한다면야...(내가 할 수 있다면, 뭔들 못해주랴. 곡을 끝마친 뒤,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무심결에 네 쪽을 바라보면 푸른 달빛을 한껏 받아내고 있는 네가 한가득 들어찼다. 오늘따라 유독, 달빛이 푸른 것 같아, 민아. 알고있어?)
(그런 너를 보고 입을 열 수도, 입꼬리를 올려 웃는 것도, 내리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넋이 나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뒷 말 없이 다시 녹음기를 켜, 손가락 끝의 열을 건반으로 전했다.)
도민: (너를 바라보다, 이내 네가 앉아있는 피아노 의자에 살짝 걸터앉는다.) 신기하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싫어했던 소리인데. (연주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너에게 살짝 기대며) 지금은 왜 이렇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걸까.. 유해야 나, 이 소리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신유해: (To GM)rolling 10+1d20
= 15
신유해: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려해도 자연스레 의식이 되는 것이었다.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사라지기 전까지, 아니, 꽤나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게 지금인 것 같다. 불덩이 같은 체온과 달리 점차 창백해져가는 안색을 하고서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네 말에 쉬이 안도했다.)
(수전증이 오기라도 한 걸까, 떨리는 손이 못마땅해 주먹을 쥐었다가 네 손을 그러쥐었다.)...평생 잊지마. (네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소릴 연주한 게 누구인지. 그 소릴 잊는다면, 언젠가 그 사람을 찾아 다시 연주해달라고 부탁해. 절대적으로 백번이고 천번이고, 손가락의 지문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연주해줄게. )
도민: (닿은 손의 온도가 꽤 높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꽤 예전부터 유해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걱정되는 마음에 너와 시선을 맞춘다.) 유해, 어디 아픈 거 아냐? 손도 뜨겁고.. (잠시 주춤하며 네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댄다. 전해진 네 열기에 놀란 듯, 눈동자가 확장된다.) 열도 꽤 있잖아. 계속 여기 있어도 되는거야?
낡고, 오래 되었고, 허름하며, 손때 묻었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건네받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유해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창백한 안색을 하고서 끊길 것 같은 목소리를 쥐어 짜내 한 가지 부탁을 남깁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한계에 다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신유해: ...부탁이 하나 있어, 지금은 늦었으니 내일 오후 6시에 피아노가 놓여 있는 광장에서 그 악보를 연주해줘.(맞닿은 이마는 물론이고 닿지 않은 살결 위로도 이런 거리에서라면 제 피부가 얼마나 더워진지 눈치챘을 것이다. 평소라면 물러났겠지만 이번엔 물러나지 않아.) 꼭...그 광장이어야 해.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을 시간에, 반드시 이 곡을 연주 해줘야 해.
...꼭이야.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 믿으니까. (그리 말하며 닿았던 이마를 떨어트렸다. 깜빡, 깜빡.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고는 어설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이 어둠에 묻혀 잘 보일지.. 그건 잘 모르겠어. 안보여도 좋을 것 같아.) 그거...알까, 내가 피아노를 시작한 건... 다름 아닌 너 때문이었다는 거. (난 너를 동경했으니까.)
..꼭이야. 연주. (이러면, 우리 둘 다 비긴 걸까? 누가 누굴 동경하던 그건 내겐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너를 동경한다 표현했던 것은 그저 네가 좋았다는 것을 멋들어지게 포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좋은 데에는 이유가 없다지 않나. 네가 좋아했던, 좋아할, 좋아하는 그 모든 게 좋은 거다. 그래서 피아노에 손을 댄 거야. 네가 건반을 누르는 모습이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말로 설명할 수 없겠지만 비유하자면 그런 것입니다.
무지개를 손으로 잡을 수 없고 햇빛의 뜨거움을 유리병 속에 담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비가 퍼부을듯 빽빽한 수증기가 마른 길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하늘을 켜켜이 감싼 먹구름이 기묘하게 반짝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도민: (어젯밤, 유해가 했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피아노가 있는 광장으로 향합니다. )
평소보다 적은 수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광장은 요 근방에서 유동객이 많은 장소로 손꼽히는 장소입니다.
중앙에 마련된 분수대 앞에 놓여 있는 낡아빠진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페인트 칠을 해두었지만 좀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는 낡고 오래된 악기가 꼭 고물처럼 보입니다.
점점 더 무채색해지면,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모순적인 세계에 도태되어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유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시간은 점점 6시에 가까워지는 이릇입니다.
도민: (유해를 찾는 눈빛에 초조함이 서려든다. 문득 유해에게 받았던 악보에 눈길이 간다. 이 곡의 제목은 무엇이지? 그런 생각에 음표들 사이에서 문자를 찾으려 애쓴다.)
당신은 전에도 이 곡명을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도민: (오지 않을 것이라, 아니 오지 못 할 것이란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있었지만, 광장의 시곗바늘이 6시를 가리키고 있음을 자각한다.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들려주고 싶었던 내 연주가 너에게 닿지 않더라도 괜찮아. 우린 언젠간 다시 만날테니까. 그때는 꼭, 너에게 들려줄게. 마음속으로 너의 이름을 한 번 되뇌이고, 낡은 피아노 건반에 손을 댄다. 보면대에 놓은 악보를 따라, 음표를 따라서 손가락을 움직인다. 피아노에 손을 댄 건 얼마 만일까. 그리운 감각이 자신을 뒤덮음을 느낀다.)
당신은 시간의 풍파를 고스란히 간직한 악보대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나이를 먹고 자란 곡을 올려둡니다.
음표를 빼곡히 채워넣은 악보는 종이가 어찌나 얇고 덧없는지 바람 한 점에도 부서질 것처럼 가녀립니다.
이 악보의 어느 구석이 그렇게나 특별한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언젠가 당신이 최초로 건반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처럼 어깨 끝을 살짝 떨면서.
차가운 공기 한 품 찾아볼 수 없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의 정가운데서 마침내 건반에 손을 올려둡니다.
잊고 살던 서늘한 냉기가 백건과 흑건 위에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깨를 익힐듯 강렬하던 더위가 한풀 꺾입니다.
추억으로 남길 뻔했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낀 것은 그 때였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번 연주를 그만 두었던 당신이
어쩌면 모든 의지를 잃고 주저앉아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망치듯 반대로 뛰어 가능한 먼 곳으로 숨었던 당신은 굳어버린 손가락으로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만한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KP: 그간 두 사람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며 최종 성장된 민의 비공개 피아노 기능치를 공개 합니다.
한 번 좌절했던 당신이 이렇게 무사히 피아노 앞에 앉게 될 수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겁니다!
대로는 흐릿한 풍경에서 벗어날듯 지나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기이하게 물들었던 별빛 하늘이 풍향을 따라 꽃가루처럼 걷히고
가슴 위에 얹힌 듯 반죽되어 있던 아픔과 좌절이
곡이 끝맺음과 동시에 건반에서 손가락이 떨어지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날립니다.
뉘엿뉘엿 져가던 하늘에 수놓였던 수억 개의 별들이,
세계를 숙주삼아 성장하던 색채의 무리가 모두 걷혔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인파가 흩어지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아 기다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유해의 전학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돌아온 월요일의 아침에서부터였습니다.
민은 어쩌면 묘연히 사라져버린 유해를 수소문했을 수도 있고,
유해를 만나기 전의 평범했던 하루처럼 모든 사건을 잊은 채 나날을 이어나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을 괴롭히던 고열의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고,
고열에 시달려 병결했던 아이들도 모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울다 지친 매미가 늦여름의 끝에서 기나긴 생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당신의 책상 사물함 깊숙한 곳에서
눈에 익은 글씨를 확인하면 틀림 없이 유해의 글씨체입니다.
접힌 자국만이 선명하고 흐릿하게 번진 연필 자국은...
장마전선 소식이 들려오던 여느 2022년의 여름.
세간에 알려진 '정체불명의 전염병' 사태가 종식된 날로부터 약 3년이 흘렀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돌아 울타리 어귀에 멈춰선 당신은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 있는 악기상 건물을 바라봅니다.
관리 되지 않아 썩어가는 나무벽은 꼭 악기상이 아닌 잊혀진 어딘가의 골동품 가게를 연상케 합니다.
그나마 빨갛게 돋아난 덩쿨장미가 건물 외벽을 타고 자라난 풍경만이 음산함을 닦아낼 뿐입니다.
민은 걸쇠가 앞길을 가로막은 악기상 처마 아래서
3년 전의 그 피아노임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간 이미 여러 차례 이 악기상을 방문했던 당신이라면,
전에는 이 피아노가 이 자리에 위치해 있지 않았음을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그날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던 피아노의 재등장입니다.
도민: (오랜만에 본 피아노의 건반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이게 언제부터 이 곳에 있었지? 누가 옮겨 놓은 걸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그 때 처럼 여전히 낡은 피아노. 어쩐지 향수가 느껴진다. 그 날의 기억을 되짚으며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 때 연주했던 그 곡을. )
칠이 더욱 벗겨지고 그 명을 다해가는 피아노의 음색은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연주를 마친 민은, 악보대 위에 반듯하게 펼쳐진 [악보] 하나와 더불어 사용감이 남아 있는 [녹음기] 하나를 발견합니다.
녹음기는 피아노만큼이나 눈에 익는 종류입니다.
3년 전의 신유해가 늘 가지고 다니던 그 녹음기니까요.
도민: (유해의 것이 틀림없는 녹음기를 손에 쥐고, 녹음 파일이 저장되어 있는 폴더를 찾습니다.)
녹음기 전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들어옵니다.
피아노 연주 녹음 파일 4개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음성메시지를 재생하면 3년 전에 녹음된 파일로,
세 바퀴 순환하는 계절을 거슬러 마침내 3년 후의 미래를 현재로 만든 당신에게, 그가 남긴 메시지입니다.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3년 후의 미래에서 온 사람이야.
과거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홀연히 떠날 마음을 먹었어.
지금에서야 깨닫는 거지만, 나는 이미 너를 한 번 만났던 적이 있는 것 같아.
내가 찾아 헤매길 자처했던 3년 전의... .
내가 헤매기도 전에 네가 먼저 나를 만나러 와줬다는 게.
나는 마치 음악실의 유령처럼 그 어떤 기척도 내지 않고 숨죽인 채 네가 이곳에 이끌려 스스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정말이지 유령처럼,
질량도 형체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무덥고 침침하던 과거의 여름 속에서
오롯이 목소리만으로 너를 홀려낼 생각 뿐이었던 음악실의 유령처럼...
어디선가 비릿하고 싱그러운 풀냄새가 불어옵니다.
혹은 악보를 펼친 채 망가져가는 피아노 앞에 우두커니 서있던 당신의 어깨를
두 사람은 괴멸해가던 일전의 미래에서도 2022년에 이 피아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81 (GM): .................
이게..이게
이게..?
이게......
81 (GM): 하;;;;;;;;;;;;;;;;;;;;;;;;;;;;;;;;
ㅅㅂ감동이다
어케이럴수가
감동이ㅏㄷ
ㄹㅇㅇㄹ
ㅇㄹㄹㅇ
ㅇㄹㅇㄹㅇㄹ
ㅇ
ㄹ
ㅇㄹ
ㅇㄹ
ㄹㅇ
ㄹㅇ
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SIBAL 급발진하지마세요
그치만
아니
ㄹㅇ..
궁금한게너무많은데..?
81 (GM): 도민 피아노 치는 순간 너무;.
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뭡니까
아 ㅅㅂ메모해둘걸
옮기자고요 얘?
신유해그거뭐냐 2022년폼도
풀화면으로
81 (GM): KPC가 획득한 '여름의 유령'을 제외한 '겨울이 흘린 눈물'을 소지한 사람은 단명하며, 오염된 곡을 관청하게 된 사람들은 3일마다 건강 판정을 하여 실패할 경우 우주에서 온 색채의 숙주가 됩니다. 생명력을 흡수당하는 대상은 모든 생명력이 고갈되기 전까지 고열에 시달리며 이후 영면과 같은 잠에 빠져듭니다.
음 좋습니다^^
07: KPC가 획득한 '여름의 유령'을 제외한 '겨울이 흘린 눈물'을 소지한 사람은 단명하며, 오염된 곡을 관청하게 된 사람들은 3일마다 건강 판정을 하여 실패할 경우 우주에서 온 색채의 숙주가 됩니다. 생명력을 흡수당하는 대상은 모든 생명력이 고갈되기 전까지 고열에 시달리며 이후 영면과 같은 잠에 빠져듭니다. 머요씨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민이가 잘 해줘서
이젠 살았잖아요
07: 정을 하여 실패할 경우 우주에서 온 색채의 숙주가 됩니다
머요?
생명력을 흡수당하는 대상은 모든 생명력이 고갈되기 전까지 고열에 시달리
아니
81 (GM): 정말 재밌었다. 행앗에서 보도록.
나만이 있는 앞에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